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기관장 연임 여부가 과학기술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선 정국 아래 정치 논리가 연임 결정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김명준 ETRI 원장, 박원석 원자력연 원장 임기는 다음달 31일까지로 향후 절차를 위한 시간이 많지 않다.
현행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출연연법)은 기관장의 실적과 경영 내용이 '기준'을 넘으면 재선임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본래 기관평가 '매우 우수' 등급만 연임 가능했는데, 지난해 6월부터 시행령 개정으로 '우수' 등급까지 기회를 확대했다. 김명준·박원석 원장은 지난해 11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임시이사회에서 우수 등급을 받아 연임 후보 대상이 됐다.
물론 우수 등급을 받는다고 연임을 확언할 수는 없다. 연임 트랙으로 갈 수도, 새로운 공모 절차에 착수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기관 내 의견 수렴 폭을 넓히는 등 조치가 더해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다만 지난 개정 취지를 따진다면 기관장 연임은 충분히 고려할만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동안 출연연 기관장 임기 3년은 너무 짧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관장 책임 아래 기관이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단기가 아닌 중장기 연구개발(R&D)을 많이 수행하려면 능력을 입증한 기관장에 한해 임기를 적극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그래서 지난해 연임 문턱이 낮아진 것에 과기계도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문제는 최근 정치 논리에 따라 연임이 어려워지거나, 결정이 크게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점이다. 통상 출연연 기관장 낙점은 청와대 의중에 좌우돼 왔다. 심지어 정권 임기 초에는 입맛에 맞지 않는 기관장을 퇴진시키고 새로운 사람을 세우는 소위 '물갈이' 사태도 정권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나왔다. 김명준·박원석 원장 연임 검토에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출연연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닌 정치적 이유 탓에 결정이 새 정부 수립 후로 미뤄지거나, 결정 내용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지난 시행령 개정, 연임 기준 완화는 기관 효율 운영과 중장기 R&D 강화를 위한 것이었다”며 “혹여나 이번 연임 결정에 정치적인 부분이 개입된다면, 자칫 차기 정권의 과기계 물갈이 시작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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