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대형가맹점 수수료율 협상 관련 제도 보완 필요

[ET단상]대형가맹점 수수료율 협상 관련 제도 보완 필요

올해도 카드사와 백화점·대형마트, 통신사, 항공사 등 매출액 30억원 이상 중·대형 가맹점 간 수수료율 협상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일부 카드사의 경우 대형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 인상을 이미 사전 통보한 바 있어 거부 의사를 밝힌 가맹점과의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인하된 영세·중소가맹점 카드 수수료율로 타격을 받은 카드사의 수익 보전 의지에 맞서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부진, 영세·중소가맹점과의 수수료율 형평성을 지적한 대형가맹점 간 팽팽한 신경전은 이미 진행 중이다.

카드수수료율 협상 및 재계약은 3년 주기로 시행되는 적격비용 재산정 결과를 토대로 이루어진다. 30억원 이하 영세·중소 가맹점에 대해서는 정부가 수수료율 재산정에 직접 개입하지만 30억원 초과 중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카드업계와 가맹점 간 자율협상으로 결정된다. 이는 대형가맹점과 카드사 간 협상 난항의 불똥이 소비자에게 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도처에서 나오는 이유이다. 지난 2019년 2월 수수료율 협상 당시에도 현대차, 대형마트 등과 여러 카드사 간 갈등에 따른 카드 결제 중단 사태는 많은 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한 바 있었다.

대형가맹점과 카드사 간 수수료율 협상 난항의 근본 원인은 영세·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 인하로 인해 대형가맹점이 수수료율 인상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더욱이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반으로 협상력에서 우위를 보이는 대형가맹점에 카드사의 수수료율 인상 요구가 관철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 인상 거부에 대한 제재 카드의 경우 별다른 효력이 없을 전망이다. 현재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8조의 3은 대형가맹점의 우월적 지위를 금하고 있지만 이 법 제70조는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만을 부과하고 있다. 대형가맹점의 카드수수료율 인상 거부를 구속하는 제재 수단이 실효적이지 못함은 이미 지난 2019년 협상 사례로 증명된 바 있다. 영업이익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대기업계의 유통 할인마트 또는 백화점 등이 1000만원 벌금 때문에 제18조의 3을 준수할 공산은 높지 않다.

금융당국은 꾸준히 가맹점 규모 간 수수료율의 역진성 문제를 지적하며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의 당위성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시장지배력에서 열위한 카드사의 수수료율 인상이 쉽사리 이루어질 수 없고, 대형가맹점과 카드사 간 장기에 걸친 지루한 협상 줄다리기는 오히려 소비자의 카드 이용 불편만을 초래해 왔다.

이번에는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간 수수료율 협상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이 바뀔 필요가 있다. 정부가 그간 보여온 미온적 태도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불편 초래, 수수료율 역진성 해소를 명분으로 수수료율 협상 과정에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

우선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8조 3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대한 처벌 규정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 1000만원에 국한된 벌금 조항을 대폭 강화해 대형가맹점에 대한 실효적 구속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다음으로 자발적 집단소송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협상우위에 있는 이해당사자의 수수료율 결정 과정의 횡포 억제에 시장참여자의 자발적 집단소송제가 효과적이다. 미국, 영국의 집단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옵트아웃(opt-out) 방식으로 진행돼 대표 소송자의 소송 제기 시 판결 효력이 시장참여자 전체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는 별도의 소송비용 및 절차의 번거로움이 없어 집단소송제 도입 시 활용도가 높은 이유이다.

결론적으로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간 수수료율 협상 갈등을 소비자 불편 초래와 시장 질서 왜곡이라는 측면에서 금융당국은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의 개정 및 집단소송제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jyseo@sm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