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이후 국민 생활방식과 산업계 전반 변화에 대한 파장은 매우 컸고 철도산업계도 침체기라는 변화에 직면하게 됐다. 국제철도저널(IJR)에 보고된 통계를 살펴보면 2020년 상반기 이용객은 36%, 철도화물은 7% 감소했으나 철도화물은 2021년 상반기, 이용객은 2022년 중반에 코로나19 범유행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도산업은 2만개가 넘는 부품으로 구성된 철도차량과 궤도, 토목, 전력, 신호 등을 포함하는 인프라의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시스템산업으로 국가의 경제적 효과가 크다. 또 철도는 세계적 현안이 되는 저탄소, 친환경에 적합한 대표적 교통수단이기도 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세계 철도시장은 2021년 278조원, 2030년에는 350조원 규모로 지속적인 성장을 한다. 이런 철도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유럽, 일본, 중국 등의 기업 간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으며 현대로템도 생산공장 현지화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중국과 경쟁해 2017년 1500억원 규모 전동차를 터키로부터 수주했고 2021년 연말에 캐나다의 2180억원 규모 트램 사업 수주도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위례선 트램사업에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기업의 입찰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내 시장에 진입하려는 해외 업체와 수주 경쟁도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철도산업계 대부분 기업은 중소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주로 공공부문 수주에 의존해 사업이 불규칙하고 규모가 영세함에 따라 기술과 자금 측면에서 국제경쟁력이 뒤처져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도 매우 미미한 상황이다. 국가 지원이나 자력에 의한 기술개발은 운영기관의 안전우선주의, 규제 및 까다로운 절차 등으로 상용화 성공률도 저조하다. 이에 해외 진출을 위한 철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경쟁력 보유가 가능한 강소형 기업의 발굴 및 지원, 기술개발 및 성과물의 상용화 촉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 지원이 유기적으로 연계돼야만 한다.
해외 철도시장에서 규모나 목적 등을 고려한 다양한 발주방식에 따른 국내 기업의 전략적 대응도 요구된다. 대규모 철도사업 경우 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민관협력사업 방식이 적절하고, 동남아 개발도상국 경우 공적 개발 원조사업 방식 활용이 진출국의 상황에 적합했다.
최근에는 철도차량 부품, 스마트기술이 적용된 차량과 시설 유지관리, 철도시스템 성능시험 및 인증, 정보 기반 승객서비스, 신호제어, 보안과 안전 등 시스템 세부 분야에 특화된 시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스마트기술과 철도기술의 융합 결과물은 자율주행 제어, 철도 자산관리 자동화시스템, 디지털 보안 및 안전관리 시스템, 초고속 정보통신 기반 다양한 승객 서비스 등이 해당된다. 국제시장정보지(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2021년 스마트 철도시장 규모는 260억달러(31.2조원) 수준이나 평균 9.6% 성장해 2026년에는 412억달러(49.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예측된다. 2021년도 스마트 철도시장의 세부 구성을 보면 장비(센서, 스마트카드 등)가 29.4%, 서비스(전문기술, 현안 컨설팅 등)가 25.8%, 솔루션(승객 정보시스템, 운영·관리시스템 등) 부문이 44.8%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철도시장 사업 규모 한계, 영세한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철도산업 혁신을 통한 전략적 해외 진출 모색이 필요하다. 해외 진출국에 따라 수요처, 시장규모, 인허가 규제 등 다양한 정보와 네트워크 구축이 선결돼야 하고, 해외철도 시장 수요를 반영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스마트기술을 접목한 맞춤형 기술개발, 진출국 대상 지식재산권 등 확보, 운영실적 확보 등은 상용화 성공을 위해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 특히 철도사업 규모에 따라 글로벌 기업과 전략적 연계, 민관협력사업 방식 협력 진출, 소규모 또는 첨단기술 부문 진출을 위한 글로벌 경쟁력 유망 강소형 기업의 발굴 및 육성은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
김진호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글로벌기술사업화실 실장 ziminpa@kr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