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동차 튜닝 산업, 첨단안전 SW로의 전환 대비할 때

[기고]자동차 튜닝 산업, 첨단안전 SW로의 전환 대비할 때

자동차만큼 개인 개성과 취향이 드러나는 제품도 없다. 자동차에 대한 선호도와 기대 성능도 다양하다. 자동차 안전에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운전자 취향에 맞도록 자동차를 변경할 수 있도록 자동차 튜닝을 허용하는 이유다.

정부는 최대한 개인 요구에 따라 튜닝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튜닝 시장이 활성화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승합차만 캠핑카로 튜닝할 수 있던 것을 모든 차종으로 확대했고, 화물차와 특수차간 차종 변경도 허용했다. 내연기관차 엔진을 모터로 교체하는 전기차 튜닝까지 허용하고 있다.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 덕분에 가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캠핑카 시장이 한 예다. 11인승 승합자동차 캠핑카 튜닝이 허용된 2014년 125건에 머물던 튜닝 승인 건수가 2020년에는 7709건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전차종으로 캠핑카 튜닝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튜닝 문화가 확산되면서 3.8조원 수준인 국내 자동차 튜닝 시장도 2025년까지 5조5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튜닝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국내 튜닝 기술과 산업은 취약하다. 자동차의 하드웨어적인 구조와 장치 일부를 변경하거나 부착하는 경우에도 엄격한 안전기준을 적용하면서 튜닝 시장이 경직된 측면이 있었다. 차량 성능을 개선하고 튜닝 부품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관련 산업인프라가 부족하고, 전동화 장치나 자율주행 장치에 대한 튜닝 승인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것도 시장 발전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했다.

자동차는 인공지능과 통신 기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바탕으로 자율화·전동화·공유화로 전환되고 있고 자동차 핵심 기술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SW)로 변화되고 있다. 엔진에서 모터로 차량의 구조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고, 자율주행 SW가 장착되면서 차량의 안전 성능도 혁신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이러한 자동차 기술 변화 속에 세계 자동차 튜닝 산업도 전환을 태세를 갖추고 있다. 국내 튜닝 산업도 SW 전환을 준비해야 할 때다.

부분 자율주행으로도 불리는 첨단안전장치 튜닝은 튜닝 산업 전환을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최근 출시되는 신차에는 첨단안전장치(ADAS)가 기본 혹은 옵션으로 장착되고 있다. 차로이탈경고장치(LDWS), 적응순항제어장치(ACC), 차로유지지원장치(LKAS) 등 사고를 예방하고 운전자 편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포함한다. 첨단안전장치 튜닝은 취향 문제를 넘어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효용이 크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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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유발한 교통사고 비율이 2011년 4.2%에서 2019년 13.9% 증가했다. 상용자동차 운전자의 고령화 속도는 더 빠르게 진행되어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2010년 6.7%에서 2020년 26.3%로 급증했다. 첨단안전장치 보급·확산이 고령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차량에 첨단 안전장치 튜닝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교통사고 예방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자율주행 SW, 즉 첨단안전장치 튜닝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선 자동차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관리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첫째, 첨단안전장치의 성능 평가를 위한 안전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다양한 첨단안전장치를 추가하였을 때 안전상에 문제가 없는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SW 변경이 요구될 때 승인을 할 수 있는 절차와 제도가 필요하다. 첨단안전장치 결함 또는 오작동을 찾아 운행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운행 단계에서 검사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물리적인 기계적 장치 결함뿐 아니라 자율주행 기능을 지원하는 장치의 SW 결함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율주행 튜닝용 부품과 튜닝 자동차에 대한 안전성 검증 방법이 부재한 실정이다. 자동차에 장착된 라이다, 레이다 및 카메라의 성능과 차량제어시스템 성능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안전성 검사 기술, 장비와 시스템의 개발이 필요하다.

둘째, 도로운행 안전성을 훼손할 수 있는 SW 불법 튜닝을 근절하는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SW를 조작해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고 있는데도 잡고 있는 것처럼 전기·전자 신호를 발생시키는 불법 튜닝이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조향장치를 불법으로 조작하는 것은 차량과 교통안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튜닝 승인과 검사 절차를 재정비할 뿐만 아니라 관련 소프트웨어 불법튜닝 방지를 법·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열악한 튜닝 관련 산업생태계 재정비가 필요하다. 자율주행 튜닝을 할 수 있는 기술력과 인력 확보가 절실하다. 소규모 튜닝 관련 업체의 기술력을 끌어 올리고, 튜닝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국내 튜닝 업체는 영세하고, SW 튜닝과 성능평가 기술력과 인력도 부족하기 때문에 이제는 튜닝 기술도 SW에 집중하고 이를 위한 정책 지원에 나서야할 때다.

김규옥 한국교통연구원 미래차연구센터장 kko@ko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