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여론조사 국민경선으로 단일후보를 정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은 지지율 격차가 큰 상황에서 안 후보가 제안한 국민경선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유튜브 생중계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구체제 종식과 국민 통합의 길을 가기 위해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단일화 방식이 두 당사자, 지지자는 물론 후보를 못 정한 국민도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식이어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누가 후보가 되든 지지자들을 설득해 온전한 통합과 화학적 결합을 만들어낼 수 있다. 후보들이 마음을 비우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 국민경선 방식의 단일화를 공식 제안했다.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때 사용했던 여론조사 방식을 사용해 단일화하자는 내용이다.
그는 “단일화 경선방식을 두고서 다시 원점에서 논의할 이유가 없다”면서 “상식에 기반해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양당 합의 방식을 존중하면 윤 후보 말대로 짧은 시간 안에 매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누가' 되는 것 이전에 '무엇'을 위한 단일화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차기 정부의 국정비전과 혁신 과제를 국민 앞에 공동으로 발표하고 이행할 걸 약속한 후 여론조사 국민경선을 통해 단일후보를 정하고 누가 후보가 되든 서로 러닝메이트가 되면 압도적 승리를 이끌 수 있다”며 “누가 더 적임자인지는 오롯이 국민 판단에 맡기면 경선은 복잡할 일도 시간끌 일도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여론조사에서 무선전화 100% 방식을 사용하고, 2개 여론조사 기관이 각각 '적합도'와 '경쟁력'을 물은 뒤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안 후보는 이번 선거에도 같은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야권후보 단일화는 미래로 가기 위한 연대이고 연합이어야 한다”면서 “정권교체, 정치교체, 시대교체 비전을 모두 담아내야만 하고 그 결과는 압도적인 승리로 귀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야권 단일화 공을 윤 후보에게 넘기면서 이제 단일화 선택과 판단은 국민의힘으로 넘어갔다. 국민의힘은 단일화에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국민경선에 대해선 이견을 나타냈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송파구 한 호텔에서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과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가) 정권교체를 위한 대의 차원에서 제안하신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를 한다”면서 “고민해보겠습니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 제안에서 아쉬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자세한 답변은 하지 않겠다”면서 안 후보와 직접 만날지에 대해서도 “말씀을 다 드렸다”며 말을 아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도 이날 “안 후보가 밝힌 야권통합 원칙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긍정 평가한다”면서도 국민경선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윤 후보와 안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큰 상태에서,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농간에 넘어가, 야권분열책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다”면서 “안 후보가 야권통합을 위한 용기있는 결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