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보험사의 좌불안석

[ET톡]보험사의 좌불안석

보험사들이 이상하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도 몸 사리기에 여념이 없다. 이달 주요 보험사는 최대 실적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반사이익만 강조하고 정작 성과는 애써 깎아내리고 있다.

왜 이러는 걸까. 보험업계를 둘러싼 주변 행태를 보면 답이 금방 나온다. 보험사 호실적이 예상되자 금융당국은 곧장 보험료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특히 4년 만에 흑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는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팔을 걷어붙였다. 자동차보험은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 데다 보험상품 중 유일하게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돼 언제나 표적이 돼 왔다.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자제돼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지금까지 적자를 내다가 겨우 흑자를 올린 보험사에 차 보험료 인하를 압박하는 모습은 보기에 썩 좋지 않다.

시민단체는 아예 보험사를 질타하고 나섰다. 한 금융소비자 단체는 보험사가 최대 실적에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돈 잘 벌수록 비난 듣는 게 금융업종이라지만 덮어놓고 나무라기엔 정도가 심해 보인다.

칭찬할 건 칭찬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지난해 보험사는 영업을 참 잘했다. 당기순이익만 놓고 보면 삼성생명이 지난해 1조5977억원을 기록해 2020년 대비 16.6% 증가했다. 한화생명은 1조2415억원으로 무려 496.2%나 순이익이 폭증했다. 주요 손해보험사 실적도 대폭 늘었다. 삼성화재가 1조1265억원으로 전년 대비 48.7% 더 벌었고, DB손해보험이 8768억원으로 56.3% 늘었다. 메리츠화재 6631억원, 현대해상 4325억원으로 각각 53.0%, 30.4% 성장했다. 아직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주요 생명·손해보험사 역시 큰 폭의 순이익 성장이 예상된다.

보험사 호실적은 영업의 두 축인 보험과 투자영업에서 낸 성과 덕이다. 최근 몇 년간 깐깐한 손해율 관리로 불량 가입자를 걸러내고 우량 가입자 위주로 재편하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요인을 만나 사고가 감소했고, 병원 이용량도 줄었다. 보험영업에서 이익을 내는 건 기대조차 하지 않지만 손실이 축소한 것을 업계에선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투자 영업 부문도 큰 역할을 했다. 보험사는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 중 일부를 떼어내 운용자산으로 굴려서 수익을 낸다. 주식, 부동산, 대체자산 등에 투자해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에서 영업 중인 23개 생보사가 벌어들인 투자이익만 17조950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14개 손보사도 6조2230억원의 투자이익을 올렸다. 초저금리 속에 선방했다. 단순히 '많이 벌었으니 보험료를 내려라'는 논리보다는 무엇이 더 소비자를 위한 것인지 냉철하게 들여다보자. 혁신 상품을 고안하고 투자 이익을 내기 위해 쏟아 부은 노력과 결실도 결국 소비자 이익으로 돌아온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