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RE100 이행수단 중 하나로 도입한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이 시행 8개월이 지나도록 실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전력도매가격(SMP)이 상승하면서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제3자 PPA로 RE100을 이행할 유인이 적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제3자 PPA를 보완할 수 있는 직접 PPA도 선뜻 도입하지 않고 있다. 전력거래 다양화를 위한 PPA가 우리나라 전력제도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14일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에너지공단,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RE100 이행수단 중 하나인 제3자 PPA를 활용한 기업은 없다.
제3자 PPA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소가 한전 중개를 거쳐 RE100 이행 기업에 전력을 판매하는 계약방식으로 지난해 6월 RE100 이행수단 중 하나로 도입됐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발전 사업자가 전기 사용자와 직접 합의해 전력구매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최소 설비 용량이 1㎿를 넘어야 한다. 중개자로 나서는 한전이 송·배전망을 제공하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다.
제3자 PPA는 한전이 전력을 독점 판매하도록 규정한 기존 전기사업법을 준수하면서도 전력거래 다양성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로 꼽힌다. 하지만 아직 사업자를 끌어들일 유인이 부족해 제3자 PPA가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전이 망 이용료 등 부대비용을 제3자 PPA에 부과하는데 이 때문에 전력시장에서 거래하는 것보다 경제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한전 중개를 거치지 않고도 전력판매자와 전기사용자가 전력을 거래할 수 있는 직접 PPA 고시도 준비하고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관망세가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공단 관계자는 “경제성 때문에 아직 PPA 체결 사례는 없지만, 많은 기업이 PPA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아직 최종 고시되지 않은 직접 PPA와 제3자 PPA를 놓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제3자 PPA를 보완할 방식으로 한전 중개 없이 전력거래를 시행할 수 있는 직접 PPA가 꼽힌다. 산업부는 지난 직접 PPA를 위한 법과 시행령을 개정했지만 세부안 고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직접 PPA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면서 “제3자 PPA도 시행했지만 아무도 한 것이 없는 상황에서 실제 할 의사가 있는지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에도 제3자 PPA와 직접 PPA에 대한 기업 유인책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SMP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계약을 체결할 유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PPA 시 발생하는 망 이용요금 등 제반 비용도 기업에는 부담이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전력거래 다양화 기대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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