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전력시장 개편 대안으로 주목한 전력구매계약(PPA)이 지난 1년 단 2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위가 PPA 허용 범위를 확대한다고 했지만 한국전력공사가 독점하는 전력 판매시장에서 재생에너지만으로는 PPA를 확대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전력 소매시장에서 재생에너지에 한해 PPA를 확대하는 것으로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인수위가 밝힌 전기위원회 위상 강화 또한 '구색 맞추기'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PPA 계약실적은 총 2건이다. 지난 3월 SK E&S가 아모레퍼시픽에 직접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PPA를, 지난달에는 한국전력공사가 현대엘리베이터와 제3자 PPA를 체결한 것이 실적 전부다. 지난해 6월 제3자 PPA가 처음으로 시행된 지 1년 가까이가 돼서야 계약 체결 사례가 나왔다. 이마저도 RE100을 이행하려는 일부 기업에 불과하다.
PPA는 에너지 공급사업자가 전기사용자에게 전기를 직접 공급하도록 허용한 제도다. 우리나라는 한전이 전력 판매시장을 독점하고 있지만, 정부는 지난해 PPA 제도를 도입하면서 재생에너지 공급사업자에 한해 기존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전기사용자에게 전기를 공급하도록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 한전이 중개를 담당하면 '제3자 PPA', 한전 중개를 거치지 않으면 '직접 PPA'로 구분된다.
PPA는 한전이 독점하는 국내 전력판매 시장 중 소매시장을 일부 개방하는 효과가 있다. 인수위 또한 PPA 허용 범위를 확대해 한전이 독점하는 전력판매 구조를 점진적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인수위는 지난달 28일 “PPA 허용 범위 확대 등으로 한전 독점판매 구조를 점진적으로 개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에너지 전문가들은 인수위가 밝힌 방식으로는 전력 소매시장에 재생에너지 기반 PPA를 일부 도입하는 효과가 있지만 전력 도매시장까지 포함한 구조개편과 비교하면 파급력이 미미하다고 평가한다. 아직 전력시장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은 재생에너지 만으로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직접 PPA는 발전사업자가 소비자로부터 전력을 직구매하는 것으로 일부 개방된 효과는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간 전문가들이 얘기했던 것처럼 한전과 비슷한 전력판매사업자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인수위의 접근 방법은 핵심인 전력 도매시장까지는 손을 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현행 전기위원회 독립·전문성을 강화하고, 전기요금 원가주의 요금원칙을 확립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 또한 개편 방향이 모호하다는 지적과 함께 전기위원회 독립을 명분 삼은 '구색 맞추기' 수준이라는 진단이다.
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위가 밝힌 방향은) 영국처럼 정부가 모든 것을 컨트롤 할 수 없으니 규제위원회를 강화하자는 것인데, 영국처럼 하려면 금융위원회급은 돼야 한다”면서 “현행 전기위원회가 '거수기' 역할을 하고 힘이 없으니 구색은 맞추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인수위 "한전 독점구조 개방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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