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물가 불안에 기재부 '추경 버티기' 통할까

홍남기 부총리가 지난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가 지난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월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핵심인 소상공인 지원 금액을 두고 정부와 여당, 야당 간 입장 차이가 여전한 가운데 정부와 국회가 마지막 협상에 돌입한다.

14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여당은 공식적인 대통령 선거 유세를 하루 앞두고 추경안 처리를 위한 막판 조율에 나섰다.

정치권이 대규모 추경 증액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수십조원을 추가 증액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특수고용노동자와 법인택시기사 등에 대한 지원을 추가하는 데 동의한 만큼 미세 조정은 가능할 전망이다. 이 경우 추경 규모는 16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야당은 소상공인 지원 규모를 정부안인 300만원에서 3배 이상 늘린 1000만원을 주장하며 추경 규모도 46조원을 요구했다. 여당도 소상공인 지원금으로 500만원을 요구하고 있어 여야정 입장차가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이다.

정치권이 추경을 요구하는 배경은 지난해 수십조원 규모의 초과세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돈을 모두 추경에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재부가 지난해 총세입·총세출을 마감한 결과 23조3000억원의 세계잉여금이 발생했다. 역대 최대다. 이중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18조원으로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지방교부세,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채무상환 등에 쓰여야 한다. 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금액을 제외하면 3조4000억원이 남는다.

이미 세계잉여금에서 사용할 수 있는 규모 이상을 편성한 만큼 정부가 수십조원대 증액에 동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특히 정부가 대규모 증액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채시장과 물가 불안인 만큼 기재부가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은 낮다.

국채시장은 추경 규모를 예의주시하며 요동치고 있다. 지난 11일 국고채 3년물은 2.343%로 7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도 2.747%로 3년 8개월 만에 최고였다. 이 같은 불안은 추가적인 적자 국채 발행 규모가 정부의 추경안보다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여당과 야당이 추경 증액 경쟁을 벌이면서 국채시장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주 홍 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이 만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하고 국고채 단순매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은은 지난 7일 2조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시행한 바 있으나 국채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한은이 추가 매입까지 시사하면서 '선거를 앞두고 발권력을 동원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은이 물가안정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시중금리도 빠르게 상승했다. 시중 금리 상승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홍 부총리는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14조원 추경을 발표했을 때도 국채시장 금리가 30베이시스포인트(BP) 올랐다”며 “시장이 흔들리거나 금리가 올랐을 때, 신용평가 등급이 떨어졌을 경우의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대외변수도 여전히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국제유가 불안은 2~3개월 후 국내 물가에 반영될 전망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이미 4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수준을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