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임금협상 조정 회의에서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노조는 회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가 이날 중앙노동위원회 2차 조정회의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함에 따라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졌다. 조정중지 결정은 중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을 노사 중 어느 한쪽이 거부하거나 양측 입장차가 너무 클 경우 더 이상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회의는 조정기간 종료일에 열리는 절차상 마지막 조정회의였다.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지면서 노조는 파업 등 단체행동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곧바로 대응 방향 검토에 들어간다. 빠르면 이번 주 내 조합원 찬반투표로 쟁의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41조에 따르면 노조의 쟁의행위는 그 조합원의 직접, 비밀, 무기명투표에 의한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된다.
찬반투표에서 쟁의권 행사가 결정되면 삼성전자는 창립 53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에 직면한다. 삼성전자는 1969년 설립 후 무노조 경영을 이어가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철폐'를 선언하며 노조가 만들어졌다.
삼성전자 노조 조합원은 4500여명으로 전체 직원(약 11만명) 중 4% 수준이다. 대다수가 반도체 공장 등 생산 부문에 속해 있다. 조합원 수가 적고 반도체 사업장은 자동화 설비가 마련된 만큼 파업시 실제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2021년 임금교섭을 15회에 걸쳐 진행했다. 노조는 전 직원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 매년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 휴식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기본인상률 4.5%와 성과인상률 3%를 내세우는 상황이다. 양측이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면서 지난 4일 중노위에 조정신청이 접수됐다.
극적 합의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노조와 단체협약을 맺는 등 준법경영과 함께 노조활동을 존중하고 보장하는 경영기조를 강화하는 중이다. 무노조 경영 폐기 후 첫 임금협상에서 파업까지 발생할 경우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것이 부담이다.
노조 측면에서도 부담이 적지 않다. 현 노조가 직원 전체를 대변하기 어려운데다 내부에서도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급 반도체 투자가 예고된 데다 지속적인 인력 채용과 7만원대에 머문 주가 등을 고려할 때 노조 주장은 과도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노조와는 성실히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