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제122조를 보자.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그러나 헌법에 명시된 말이 무색할 정도로 대한민국은 '수도권 공화국'이다. 국토 면적의 11.8%인 수도권에는 국가 전체 인구의 50.2%가 거주하고 국내 100대 기업 가운데 91%, 1000대 기업 가운데 74%가 소재한다. 국민이 사용하는 신용카드 사용액의 72.1%가 수도권에서 사용된다. 특히 청년세대 유출로 인한 비수도권 지역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매우 심각하다. 지나치게 인적·물적 자원이 편중돼 있는 수도권과 다르게 저출산·고령화 및 인구 순유출로 인해 지속적인 인구 감소를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낙후도 또한 심각한 지방은 소멸 위기에 놓였다.
경제성이라는 행정 편의주의 뒤에 숨은 구태한 정부 부처 관료의 경직된 행정 인식과 지역 균형발전 몰이해가 국가 균형발전을 더욱 더디게 하고 있다. 민주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국가정책 최우선으로 둬 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특별히 귀한 자식”이라며 국가균형발전에 추진력을 더해 줬다. 그 결과 신행정수도 및 혁신도시 건설을 통한 중앙 행정부처,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라는 강력한 국가균형발전 정책 성과를 냈다.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자문 기구로 출범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2009년 지역발전위원회로 위상이 추락했다. '균형'은 버려졌고 국가균형발전 역사는 후퇴를 거듭했다. 10년간의 정책 단절로 지방 도시 대부분은 인구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절박한 현실에 처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희망은 보이는데 앞으로 계속해서 씩씩하게 잘 성장해 줄지, 정말 힘 있고 성공한 자식이 될지”라는 걱정이 현실로 드러났다.
![[ET시론]차기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과제](https://img.etnews.com/photonews/2202/1501951_20220215164859_822_0004.jpg)
다행히 문재인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상을 복원해 지역이 주체가 돼 균형발전을 이끄는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혁신도시 시즌2 △지역 균형 뉴딜 △초광역협력 프로젝트 △균형발전 실행력 강화체계 마련 △지자체-대학 협력 기반 지역혁신사업 추진 △문화관광도시 지정 △농·산·어촌 정주 여건 개선 △도시 재생 뉴딜 △상생형 일자리 △지역 신산업 육성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11대 핵심과제를 추진했다.
이 같은 과제는 제4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2018년~2022년)으로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대한민국 모든 지역에서 기본적 삶의 질 보장을 위한 복합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을 구축하고, 사람·공간·산업이 유기적으로 조화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국가균형발전을 꾀하고 있다. 또 지역 인재와 일자리 선순환 교육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지역 중소도시 재생을 추진하고, 인구감소지역을 '거주강소지역'으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와 함께 혁신도시 시즌2를 가동하면서 지역산업 3대 혁신을 추진하고, 지역 유휴자산의 경제적 자산화도 적극 진행 중이다.
고용과 삶의 질 인프라를 개선하며 2020년 수도권 대비 비수도권 고용률이 초과했고, 인구 10만명당 문화 기반 시설을 초과 확보한 데 이어 학생 1인당 공교육 OECD 평균을 상회하는 성과를 일궈 냈다.

하지만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은 여전하고, 수도권의 일자리 집중에 따라 청년(25~29세)의 수도권 집중은 오히려 심화됐다. 비수도권 대학은 현재 정원을 채우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광역경제권역 조성 등 유연한 권역별 발전전략과 '지역균형뉴딜' 정책 지속성을 통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균형발전위원회도 행정기구로의 개편이 필요하며, 예비타당성조사제도와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를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정운영 전반에 걸쳐 국가균형발전 철학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수도권 집중화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중앙정부의 통제와 권위주의에서 탈피해 지역의 창의성·다양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지역 혁신역량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 분권·혁신·참여 등 지역 거버넌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다양한 인재들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기초단체 협의회 임의기구로 머물러 있는 지역혁신협의회를 법정 기구로 설정해서 위상 강화와 함께 지방의회 통제, 외부기관 평가 등 단체장 하부 종속성에 대한 경계 장치 마련을 통해 지역 내부의 민주적 의견 수렴과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 대학은 기업 지원 중심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지자체는 지역 혁신 역량들이 다양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 줘야 하며, 기업은 지역전략산업을 육성하는 혁신클러스터를 활성화하는 등 지역 혁신 주체들이 자기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지역 혁신역량 성장을 통해 혁신역량강화→산업구조 고도화→고부가가치 기업 유치→소득증대 및 일자리 창출의 지역 성장 선순환 구조 전략을 끌어내야 한다.
현재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는 지역·부처별로 예산이 편성되고 중앙 주도로 재원이 배분됨으로써 지역 특성이나 여건에 따른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지역별 특화성·효과성을 저하하고 있다. 지역 연계·협력 사업을 추진하면 사업별로 예산 편성·집행이 되지 않아 원만한 합의가 어려운 실정이다. 지금은 균형발전특별회계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산 효율성 제고를 위해 '지역협력계정'을 신설해서 지역이 자유롭게 사업을 기획·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중앙이 주도하는 예산 편성 절차를 견제하도록 지역의 권한을 제도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 정부의 총예산은 10년 새 2배 이상 증가했지만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는 10조원에 머물러 있다. 좋은 정책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예산의 적정 지원 규모도 중요하다. 국가균형발전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최우선 국가적 과제이다.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국가균형발전 철학을 계승하고 더욱 발전시킬 4기 민주정부 수립은 전 국토가 골고루 잘 사는 대한민국을 위해 꼭 필요하다.
<필자>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대 총선 광주북구갑에서 승리하며 국회에 입성했다. 원내 대변인과 이재명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역임하는 등 민주당의 차세대 얼굴로 떠오르고 있다.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재학 시절 학생운동을 통해 민주주의를 체득했고, 그 가치 시현을 위해 노동운동과 시민단체 활동을 했다. 2010년 제6대 광주시의원을 시작으로 정치에 입문했고, 재선했다. 문재인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소통기획관·대변인을 지냈으며, 국가균형발전 전문가로도 활동했다. 21대 국회에선 국토교통위원, 예산결산특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원내대변인·선대위대변인) hana-ki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