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전 세계를 혼란 속으로 몰아넣은 코로나19 위기 앞에서 대한민국은 세계 최초로 온라인 개학을 단행했다. 개학이 미뤄지면서 학생은 1개월 넘게 교사 얼굴도 모른 채 집에 머물렀고, 학부모들은 아우성이었다. 영상 수업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는 교사들은 서로서로 도와 가며 디지털을 익혔다. 하지만 준비 과정이 짧아 오류도 많았다. 용량은 충분히 늘리려 했지만 동시 접속은 미처 대비하지 못했고, 그 결과 수업 자체가 어려워질 때도 있었다. 민간 IT 업체들이 나서서 1개월여간 이를 해결했다. 교육부는 민간업체에 감사패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2020년 교육정보화 백서에 이 같은 혼란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다. 코로나19 시국에서 수업을 가능하게 했다는 일련의 조치들만 기술돼 있다.
2021년 원격수업 2년 차를 맞아 실시간 양방향 수업을 늘리고 학습관리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EBS 온라인클래스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하지만 이 역시 짧은 준비 기간과 부족한 예산으로 허점투성이였다. 계속되는 오류에 학생과 교사 모두 뿔이 났다. 수업이 매일 가능했는지, 얼마나 지연됐는지 일일 서면 브리핑을 해야 할 정도로 문제는 심각했다. 이때 민·관이 협력해서 문제를 바로잡아 갔다. 2021년 교육정보화 백서 역시 이러한 혼란은 기록하지 않았다.
백서는 정부가 정책을 시행하는데 해당 분야의 현상을 분석하고 이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만든 보고서다. 당시 상황을 기록으로 남겨서 미래에 시사하는 바를 주기 위한 목적이 있다. 그럼에도 정부나 공공기관이 만든 백서 대부분은 '공'만 있지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 가는 과정이 없다. 문제점을 이해하고 바로잡아 가는 과정이야말로 후배들에게 전수해야 할 '노하우'지만 백서를 통해 그런 노하우를 배우긴 어렵다. 수많은 기관에서 코로나 백서를 발간했지만 대동소이하다. 혹자는 백서가 아니라 '흑서'가 필요하다는 우스갯소리를 내기도 한다.
잘못된 정책은 선거에서나 지적된다. 미래를 완벽하게 내다보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자는 없다. 정책 역시 잘못된 정세 판단과 미래 예측으로 오류를 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하지 않고 오류를 잡으려니 스텝만 꼬인다. 대선 유세장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부동산 정책, 탈원전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미래는 비판을 감수하고 잘못을 인정할 때 보장된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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