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칼럼]마이데이터와 메타버스

[핀테크 칼럼]마이데이터와 메타버스

최근 금융권은 그야말로 치열한 플랫폼 각축장 모습을 연상시킨다. 새해 벽두부터 55개나 되는 금융사, 빅테크·핀테크 업체들이 그동안 준비해 온 마이데이터 서비스 상용화에 한창이다. 큰 데이터 대전이 벌어질 태세다.

또 다른 쪽에선 '메타버스금융'이라는 새로운 플랫폼 경쟁이 시작됐다.

마이데이터 대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개시 초기이긴 하지만 대형 금융사들이 고전하고 있다. 마이데이터서비스 가입자 수 기준으로 빅테크와 핀테크 업체가 약 40%, 은행권 30%, 카드업계 30%로 특히 인력과 고객 채널 면에서 막강한 기존 은행권이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기존 금융권이 왜 이렇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걸까. 전문가들은 첫째 마이데이터 자체 성격 때문이라고 한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고객데이터에 IT와 디지털기술을 작동시켜서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본래 빅테크와 핀테크 업체가 익숙한 영역이다. 최근 DT(디지털전환) 노력을 하곤 있지만 전통적으로 아날로그 금융에 익숙한 기존 금융사로선 쉽지 않단 얘기다.

둘째 제 살 깎아 먹기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핀테크에 마이데이터 사업은 기존 플랫폼 사업의 연장·확장 모델이다. 반면에 금융사들은 기존 아날로그 고객 채널과 수익모델을 유지하면서 새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병행해야 한다. 자칫 기존 고객이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이동하면서 기존 모델에 대한 마켓 카니발라이제이션(Market Carnibalization)이 일어날 수 있다. 이로 인해 영업 조직의 적극적 마케팅 대응이 어렵단 얘기다.

셋째 '기울어진 운동장' 이슈도 여전하다. 금융데이터는 비금융권에 개방된 반면에 빅테크 등 비금융권의 데이터 개방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업무 영역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비금융사들은 금융시장에 진입하고 있지만 금융사들은 금산분리·은산분리 원칙 때문에 비금융권 진입은커녕 서비스 융합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금융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이데이터 성격과 제 살 깎아 먹기 문제에 대해선 각사 나름의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다만 개인적 의견으론 금융의 디지털 전환이 대세인 한 마이데이터 사업이 승부처이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인 인적·물적 자원 배분과 전략적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마이데이터 경쟁을 하더라도 기존 판 외에 '새로운 판'도 이용할 수 있어야 인적·물적 자원이 많은 대형 금융사 입장에서 좋은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 이 점에서 최근 은행 등 기존 금융권이 메타버스에 적극 올라타고 있는 것은 기존 금융권을 위해서도 금융시장 전체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메타버스는 빅테크와 핀테크 업체가 익숙한 2D(2차원) 플랫폼이 아니라 새로운 3D 플랫폼이다. 게다가 모든 산업의 유통 구조를 바꾸는 인터넷을 잇는 차세대 리더로 인정받고 있고, 금융의 미래 고객인 MZ세대들이 열광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에 뒤늦게 대응하다가 안방을 내준 은행 등 입장에선 퍼스트무버 효과를 선점해서 주도권을 되찾아 올 찬스가 될 수 있다.

현재 은행, 증권, 보험 할 것 없이 전개되고 있는 '메타버스 올라타기' 노력이 '보여 주기 식'이나 '남 따라 하기'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진짜 빅테크와의 한판 승부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선 특히 금융사 자체의 메타버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메타테크 업체의 집중 탐색 및 제휴·인수(M&A), 메타버스 핵심인 공간기술업체(프롭테크)와의 시너지 창출이 중요하다. 마이데이터와 메타버스를 통해 금융권 전체의 경쟁력 제고와 한 단계 도약을 기대한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ysjung1617@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