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 기업들은 디지털 대전환을 통해 보다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 도입으로 소비자와 시장 참여자를 늘리고, 업종 간 융합하며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대전환 핵심과 원인은
디지털 대전환 핵심은 데이터를 디지털화해 기존 제품 및 서비스, 운영 프로세스 등을 혁신하는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창출하는데 있다. 인더스트리 4.0(4차 산업혁명)이 기존 산업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을 적용,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하거나 단순 업무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과 구별되는 점이다.
김태환 한국산업지능화협회 회장은 “기업이 디지털 대전환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제품 등 혁신도 물론이지만,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데 있다”면서 “빅데이터와 초연결성, 스마트화 등을 활용해 돈 버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디지털 대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로 꼽힌다. 미국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아마존, 구글(알파벳), 메타(페이스북) 등 '테크 자이언트(Tech Giant)'들이 몰려있다.
세계적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가 지난 2020년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자사 사업 모델이 디지털 대전환 시기에 독자 생존 가능하겠느냐'는 설문을 진행한 결과, 약 8%만 '그렇다'고 응답했다. 나머지 기업들은 디지털 대전환에 실패할 경우 기존 사업에서 시장 점유율이 낮아지거나, 부분적으로라도 디지털 전환(DX)을 추진한 소수 기업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디지털 대전환은 다양한 국가와 산업 전반에 더욱 확산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디지털 기술이 중요해졌고, 사회 전반에 걸쳐 디지털 대전환이 필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21년 발행한 디지털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한 이후 세계 인터넷 사용량이 70% 증가하는 등 디지털 의존도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임주환 한국통신학회 명예회장은 “코로나19가 재택근무, 원격교육, 온라인 구매 등을 촉진하며 기존 생활 방식을 바꾸는데 기여했다”면서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전환이 가속하는 디지털 대전환의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는
미국 중장비·농기계 제조사인 존 디어는 지난해 순이익이 65억달러(약 7조7922억원)에서 70억달러(약 8조3916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2020년 기준 국내 재계 4대 그룹 가운데 현대차 순이익(약 3조8000억원)을 두 배 이상 웃돈다. 특히 회사가 지난 2014년 경영난을 이유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했던 것을 감안하면, 강산이 한 번 바뀌기도 전에 상황이 크게 개선됐다. 위기 극복 배경으로는 디지털 전환이 꼽힌다.
존 디어는 단순 농기구 제조에서 벗어나 무인트랙터 제공과 데이터를 활용한 작물 관리 및 모니터링 도입, '디지털 플랫폼'으로 전환을 가속해왔다. 플랫폼은 공급자와 수요자 등 복수 참여자가 공정 거래를 통해 가치를 교환하고 상호작용하는 상생 생태계를 의미한다.
존 디어는 축적해온 농업기술과 농장 운영 및 토지 자료 등을 디지털화해 농업 플랫폼 '마이존디어'를 구축했다. 유통업자와 사용자 등은 언제, 어디서든 이 플랫폼을 통해 농기계 사용 가이드를 확인하고, 생산성을 관리할 수 있다. 사업 모델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와 기업과 기업 간 거래(B2B)까지 확대됐다.
김태환 회장은 “존 디어의 무인트랙터는 스스로 밭을 가꾸는데도, 작동 오차 범위가 5㎝ 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우수한 위성항법장치(GPS) 기술을 탑재했다”면서 “디지털 전환을 통해 신규 사업을 창출한 우수 사례”라고 설명했다.
미국 식품 대기업인 콘아그라도 마찬가지다. 콘아그라가 한해 매출액 110억달러(약 13조1824억원) 안팎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한데는 소비자 데이터를 수집해 제품 서비스를 강화하는 '플랫폼' 도입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회사는 클라우드 데이터 기반 소프트웨어 기업인 세일즈포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고객관계관리(CRM)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판매, 서비스 및 마케팅 부문에 걸쳐 소비자 데이터를 관리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개인화된 마케팅을 전개하게 된 것이 수익 개선과 직결됐다.
◇국내 현황과 중요 과제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데이터 확보가 중요 과제로 꼽힌다. 새 사업 모델 창출을 위한 기본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확보를 위해서는 '디지털 플랫폼' 구축이 핵심으로 분석된다. 이미 세계적으로는 생산, 분배, 소비 등 경제 활동이 온라인에 집중되면서 '플랫폼 자본주의'가 확산세다.
디지털 플랫폼 구축은 산업계 전반에 걸친 디지털 전환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한 업종 간 데이터 공유와 협업 등 합종연횡으로 새 사업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디지털 전환을 위한 업종 간 협업 수준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생산성본부(KPC)가 지난 2021년 자동차, 가전·전자 등 10대 업종,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부서 간 협업조차 원활하지 않은 기업이 42.6%로 집계됐다. 협업을 위해 플랫폼을 활용하는 비중은 3.4%에 그쳤다.
특히 새 사업 모델 창출을 위한 디지털 전환에 대해서는 인식 수준이 낮았다. 디지털 전환 관심 분야로 △내부 업무 혁신(27.6%) △제품 및 서비스 개발(23.2%) △공정 자동화 및 지능화(25%)에 초점이 맞춰졌다. 디지털 전환에 관심이 없다는 비중이 나머지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은 “디지털 전환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적합한 산업 데이터 확보가 선결되어야 한다”면서 “제품 및 서비스 수요 조사, 기획, 연구개발, 소재부품 조달·생산·판매, 마케팅, 소비에 이르기까지 '산업 밸류체인'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획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 기업의 디지털 전환도 중요하지만,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디지털 전환이 이뤄져야 신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면서 “밸류체인에 있는 기업끼리 협력해 가치있는 데이터를 데이터를 적극 공유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 kx@etnews.com, 팀장=양종석 산업에너지환경부 데스크, 문보경·이준희·류태웅·변상근·윤희석·박진형·권혜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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