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창의 융복합 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 역할](https://img.etnews.com/photonews/2202/1503662_20220221133347_613_0001.jpg)
미래사회는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빅데이터 등이 결합한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게 될 것이다. 또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인류의 기술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이런 미래 변화를 주도할 새로운 글로벌 인재상이 필요하다. 현재의 '스펙형 인재'가 아니라 복잡하고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문제에 대해 창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창의 융·복합 인재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적 사회 패러다임 변화에 교육의 중요성은 무엇보다 강조된다. 많은 전문가가 시각 학습, 디지털화, 메타버스 등 기술 발전으로 교실 형태는 공간 제약을 받지 않는 디지털 기반 학습공간 형태로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시공간 제약을 받지 않는 디지털 교육 환경이 조성되면서 학교라는 공간은 학생을 가르치는 전통적인 학습 공간이 아니라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 주는 공간으로 변화할 것이다. 오프라인 강의보다 개인 맞춤형 온라인 수업, 주입식 집단 강의보다 팀 프로젝트 기반을 통한 소통과 문제 해결 경험이 학생의 학습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교수자의 역할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 학습을 촉진(facilitating)하는 역할로 변화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선진국은 새로운 산업구조를 이끌어 갈 미래인재 양성을 위해 혁신적 대학교육 및 구조 개편을 통해 근본적 고등교육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캠퍼스가 없는 대학교로 유명한 미네르바 대학((Minerva University)은 대학교육 혁신의 대표 사례 가운데 하나다. 수업이 100% 온라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학교 운영에 캠퍼스, 강의실, 운동장 등의 건설비나 유지 관리비 등 비용이 들지 않는다. 교육과 무관한 요소에 소요되는 비용을 제거함으로써 등록금은 약 3만달러 정도로 아이비리그 평균 5만6000달러보다 매우 저렴하게 책정돼 있다. 온라인으로만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학생의 국적이나 거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선발이 가능하다. 저렴한 등록금과 온라인 교육환경은 특정 인종이나 계층에 치우치지 않고 전체 학생의 80%를 미국이 아닌 다양한 국적의 학생으로 선발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자체 입학시험은 정답이 없는 질문로 구성, 오로지 학생이 배운 지식·경험·창의력을 바탕으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혁신적 시도로 '미네르바 대학'은 하버드대보다 입학하기 어려운 학교로 회자되며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학교가 됐다. 세계가 미네르바 대학에 주목하는 이유다.
우리나라 교육부도 변화에 대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인재양성 정책 혁신방안'에서는 대학·기업의 혁신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교육 유연화를 강조했다. 신기술 분야 인재 양성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대학 설립·운영 규정을 전면 개편하고 온라인 교육 비율에 따라 대학이 확보해야 하는 교사나 교지 기준 유연화, 기업·대학 간 산·학·연 협력 강화를 통해 대학 교육 혁신과 혁신 인재 양성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혁신 움직임은 대학교육뿐만 아니라 입시 위주의 우리나라 중·고교 교육과정 전체에 획기적 변화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일이기에 매우 고무적이다.
국내 대학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근본적인 대학교육 혁신이 필요하다. 경직적 교육모델인 전통 학과 중심의 학사제도 운영과 지식 전달 위주 대학별·전공별 교육과정 운영에서 벗어나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교육과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학업성적만을 강조하는 대학입시제도에서 탈피하고 제도 개선을 통해 기존 틀을 벗어나려는 대학의 움직임이 필요하며,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서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기보다 잠재력 있는 학생을 선발해서 역량을 최대화하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다.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융합형 인재로 성장시킬 수 있는 대학교육이야말로 학생으로 하여금 경험과 창의력을 통해 진정으로 그들이 원하는 일을 찾아 주는 방법이 될 것이다.
윤의준 한국에너지공과대 총장 eyoon@ken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