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암호화폐를 이용해 불법으로 e스포츠 베팅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소재 고등학교에서 3~4명씩 그룹을 지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플레이하는 경우까지 등장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도박중독으로 진료받은 만 10~19세 청소년이 2018년 65명에서 2020년 98명으로 약 50% 증가했다. 도박 종류는 온라인스포츠 도박이 가장 많았다. 2020년 청소년 도박 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친구나 선후배 등 주변 사람이 하는 것을 보고 입문하는 경우가 71%로 다수를 차지했다.
이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사행성 확인 기준 등을 이유로 등급 분류 규정을 개정해 스포츠 베팅 주요 콘텐츠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미니게임을 삭제하는 등 재미 요소 제거를 강제했다. 흥미를 잃은 이용자 이탈이 발생했고, 이용자는 불법 베팅사이트로 넘어간 것으로 분석됐다. 청소년 도박이 증가세인 가운데 합법 베팅 게임 규제로 말미암아 불법 사이트로 흘러가는 이용자가 늘고, 다시 이를 보거나 추천받은 학생이 진짜 도박에 입문하게 된다는 것이다. 합법 베팅 게임을 규제하면서 발생한 '풍선효과'로 보인다. 불법 베팅 이용자가 늘면서 청소년이 도박에 노출될 공산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암호화폐도 한몫했다. 2018년부터 국내 가상화폐거래소에서는 미성년자가 거래하지 못하도록 규정이 도입됐지만 해외 선물 거래소를 이용하면 미성년자도 쉽게 가상화폐를 구입해서 환전할 수 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