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용래 특허청장 “한국 지식재산 강국 '우뚝'...데이터 활용해 핵심 기술 선점”

[인터뷰]김용래 특허청장 “한국 지식재산 강국 '우뚝'...데이터 활용해 핵심 기술 선점”

한국이 지식재산 강국으로 우뚝 섰다. 최근 특허청은 사우디 지식재산청과 전략적 동반자협정을 맺고 5개 협력과제를 수행하기로 했다. 한국 지식재산 전문가가 2년간 사우디 지식재산청에 파견돼 근무하면서 노하우를 전수하게 된다.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등 중동국가와 개도국들에서 지식재산 제도를 전파하면서 우리 기업의 지재권 확보와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특허청은 영국 전문매체로부터 가장 혁신적인 지식재산 기관 1위로 꼽히기도 했다. 한국의 지식재산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 올해는 메타버스 등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보호정책을 추진한다. 특허 빅데이터 분석을 확대하고 특허 기반 연구개발 전략 지원을 강화한다.

지난해 출범한 기술 경찰은 국가 핵심 주요기술 유출과 침해를 막기 위한 기획 수사를 확대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식재산 지원정책도 추진한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소상공인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지자체와 손잡고 기초교육과 컨설팅 등을 진행한다. 전자신문은 김용래 특허청장에게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시대를 맞아 지식재산 대응 방안과 올해 주요 정책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의 지식재산 행정 시스템을 배우고자 하는 나라가 많다. 최근 사우디와 맺은 동반자협정 내용은 무엇인가.

▲특허청은 지난달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을 계기로 사우디 지식재산청과 '강화된 전략적 동반자협정'을 맺고, 대통령과 양국 주요 기업이 참여한 한-사우디 스마트 혁신성장포럼에서 이를 교환했다.

이번 협정체결로 양 청 간 제1기 지식재산 협력(2019~2021년)이 마무리되고, 앞으로 특허심사, 지식재산 생태계 조성, 국가 지식재산 전략, 지식재산 교육, 지식재산 정보화 등 5개 협력과제 수행을 위해 11명의 한국 지식재산 전문가들이 2년간 사우디 지식재산청에 파견돼 근무할 예정이다.

특허청은 2019년 6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사우디 지식재산청과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그동안 총 19명의 한국인 전문가를 파견해 국가 지식재산전략 수립 등 사우디 지식재산 혁신 성장기반을 마련했다.

이번에 또다시 양 청 간 협정이 체결된 것은 사우디 정부가 제1기 협동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향후 지식재산 분야의 전략적 동반자로서 우리나라를 재차 선택했음을 의미한다.

특허청은 1977년 개청 이래 반세기도 되기 전에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선진 5개 특허청(IP5)의 일원으로 성장했으며, 이러한 과정 중에 축적한 경험을 사우디, UAE 등 국가에 전수하고 있다.

앞으로도 특허청은 다른 중동국가 및 개도국에 지식재산 제도를 전파해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더욱 편리하게 지식재산을 확보하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영국의 지식재산 전문매체에서 한국 특허청을 혁신적 지식재산 기관 1위로 발표했다. 국제적 위상이 얼마나 달라졌나.

▲영국 지식재산 전문매체 WTR(World Trademark Review)이 최근 한국 특허청을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지식재산 기관 1위로 선정했다. 각국 특허청의 온라인 서비스 역량, 상표권 보호·활용 정책, 사용자 소통 노력 등 3개 분야 16개 지표에 대해 평가한 결과다.

한국은 출원인 편의성 증진, 심사업무 효율성 제고 노력 등 디지털 전환에 대응해 나가는 혁신적인 노력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결과는 지난해 9월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글로벌 혁신지수 세계 5위(아시아 1위)를 차지한 것에 이은 쾌거로, 국제사회에서 우리를 혁신 선도국가로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전자출원 서비스 편의 제공 등 온라인 서비스 역량 분야와 출원인 대상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 사용자 소통노력 분야에서 1위에 올랐다.

그동안 특허청은 세계 최초로 모바일 상표출원서비스를 도입하고 이를 특허, 디자인 등 전 분야로 확대했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상표이미지 검색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심사업무에 적용하는 등 지속해서 혁신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앞으로도 디지털 환경에 발맞춰 AI 등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심사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이해관계자와 소통을 강화하여 출원인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메타버스 등 디지털 환경 변화가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올해 관련된 주요 지식재산 보호 방안이 있다면.

▲올해 주요 정책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첨단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식재산 데이터를 활용해 핵심기술을 찾아내고 선점하는 체계를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식재산 데이터의 범국가적 활용을 지원하기 위한 근거법으로 '산업재산 정보 관리 및 활용 촉진법'을 제정하겠다.

아울러 국가적 중요성이 높은 핵심기술을 도출하기 위한 주력·신산업 분야 특허 빅데이터 분석을 확대하고, 우리 기업이 우수특허를 확보해 핵심기술을 선점할 수 있도록 특허 기반 연구개발(IP-R&D) 전략 지원도 강화하겠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 주요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기업의 혁신노력을 정당하게 보상할 수 있는 강력한 지식재산 보호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혁신기술이 활발히 개발될 수 있도록, 메타버스 내 상표·디자인, 대체불가토큰(NFT) 관련 부정경쟁행위 등 디지털 전환에 따라 등장하는 새로운 유형의 지식재산에 대한 선제적 보호방안을 마련하겠다.

우리 기업에 대한 국내외 지식재산 분쟁대응 지원도 강화하고, 기술보호 집행력 강화를 위해 기술경찰 수사범위를 기술유출 범죄 전반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NFT 전문가 협의체를 발족하면서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앞으로 계획을 설명해 달라.▲NFT는 메타버스와 함께 미래 디지털 경제의 핵심요소다. 2021년 NFT 거래 규모가 전년 대비 260배 증가한 약 30조원에 달하는 등 관련 시장이 급팽창함에 따라 더욱 예의주시하고 있다.

'무형의 자산'을 증명하거나 보호한다는 점에서 NFT와 지식재산은 공통점이 많아, NFT야말로 특허청이 가장 잘 분석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특허청은 NFT가 지식재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및 검토하기 위해 지난달 전문가 협의체를 발족했고, 정책연구용역도 수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NFT의 IP행정 활용방안과 산업적·법률적 쟁점 발굴을 통한 IP제도 개선방안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앞으로 디지털 자산을 유연하게 보호하는 지식재산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식재산 전반에 대한 NFT 활용방안을 선제적이고 주도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

-우리기업의 기술 탈출 등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출범한 기술경찰 운영 방향은.

▲국가경쟁력의 핵심인 주요 기술의 유출과 침해를 막기 위해 기술경찰 인력을 확대하고 전담조직을 출범했다. 기술경찰은 심사·심판 경험을 통해 갖춰진 기술 및 법률 전문성을 바탕으로 일반경찰이 다루기 힘든 특허, 영업비밀 등 기술침해·유출 수사를 전문으로 한다.

조직은 박사 4명(법학, 공학, 약학, 디자인), 변호사 1명, 변리사 5명, 특허·디자인 심사·심판 경력자 등 수사에 필요한 경력과 전문성을 가진 인원으로 구성돼 있다.

유사기능을 수행하는 다른 기관 대비 10배 이상의 업무량을 수행하며, 신속 정확한 전문 수사로 기소율(17.9%) 등 지표도 우수하다.

최근 국정원과 공조해 국내 중견기업 영업비밀 유출을 수사, 해외기업 브로커 포함 7명을 검거하는 등 반도체 생산설비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을 사전에 차단하기도 했다.

앞으로 국가안보 및 핵심기술 분야에 대한 기획수사를 통해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 우리기업이 공들여 개발한 혁신기술의 유출을 방지하는 기술 지킴이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

<기술경찰 사건 현황>

-유명인의 퍼블리시티권 보호방안이 오는 6월 시행 예정이다. 준비 상황은 어떤가.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에 따라 오는 6월 7일 퍼블리시티권 보호제도가 시행되며, 유명인의 초상·성명 등에 대한 재산적 가치를 보호할 수 있게 된다.

이번 법 개정으로 한류 스타 등 유명인의 초상·성명이 그 가치를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됐으며, 관련업계는 이에 대해 우리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발전에 있어 매우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특허청은 지난해 말 개정법의 국회 통과 이후, 제도의 안정적인 시행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들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이번 개정법의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만큼, 법 개정 사실 및 제도 홍보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하이브, SM, YG 등 업계 대표사 관계자와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K팝 콘퍼런스'를 한국음악콘텐츠협회와 공동 개최했으며, 온라인으로 생중계했다.

앞으로 국민은 물론 음악·체육·방송 등 관련 협·단체를 대상으로 한 홍보활동을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이번 법 개정으로 유명인의 초상·성명 무단 사용행위에 대한 특허청 행정조사가 가능해졌으며 이에 대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현재 행정조사 업무 매뉴얼을 수립 중이며, 이를 통해 구체적인 조사절차, 무단 사용행위 여부 판단기준 등을 정립할 예정이다.

또 조사관 교육, 직제정비, 전문 인력 확충 등 향후 행정조사가 차질 없이 수행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덮죽' 사례 등 사회적 약자의 상표권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역 소상공인 등을 돕기 위한 정책적 지원 방안이 있다면.

▲덮죽 사례와 같이 소상공인이 쌓은 신용에 무임승차하는 모방상표 출원 등으로 소상공인의 피해가 지속 발생하고 있다.

소상공인은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피해가 발생한 후에야 상표등록의 필요성을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 필요성을 인지해도 비용부담이나 시간적 제한 등으로 인해 상표권을 확보하지 못해 침해나 분쟁에 취약하다.

이와 같은 지식재산 피해 예방을 위해 지자체와 함께 소상공인의 지식재산권 확보를 지원할 예정이다.

지역 지식재산센터를 통해 지식재산권 출원 비용과 컨설팅을 함께 지원하고 소상공인 대상 지식재산 기초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또 지식재산 피해가 발생했을 때 사례별 대응방법을 안내하고, 공익변리사를 통해 비용부담 없이 심판소송대리 등도 지원할 예정이다.


<김용래 특허청장은>

1968년생으로 서울 영락고와 연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리즈대 비즈니스스쿨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 제26회 기술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산업자원부 기술사업화 팀장, 지식경제부 가스산업과장, 산업통상자원부 운영지원과장, 소재부품산업정책관, 장관정책보좌관, 통상차관보, 산업혁신성장실장 등을 역임했다. 산업·기술·에너지 전반에 대한 업무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2020년 8월 제27대 특허청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이후 특허청의 역할을 재설정하고 IP-R&D와 IP금융을 확대하고 지식재산 보호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빠른 기술변화와 글로벌 기술패권주의 속에서 기술 강국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정부 내 특허청 역할을 늘려가고 있다.

[인터뷰]김용래 특허청장 “한국 지식재산 강국 '우뚝'...데이터 활용해 핵심 기술 선점”


대전=양승민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