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전면 시행 5개월을 맞은 가운데 빅테크·핀테크 소비자 보호 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방적 금리 변경 통보나 약관 수정으로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3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에 토스뱅크가 받은 소비자 민원은 총 2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인터넷전문은행 3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26건 가운데 10건은 '수신'과 관련된 건으로 확인됐다. 토스뱅크의 갑작스러운 금리 혜택 축소가 소비자 불만을 산 것으로 풀이된다.
토스뱅크는 기존 은행권 대비 파격 혜택을 내세우며 지난해 10월 출범했다. 조건 없이 수시 입출금 예금 상품에 연 2%대 금리를 제공하겠다는 홍보에 사전신청자 170만명이 몰렸다. 하지만 이 상품은 출시 2개월여 만에 상한선이 적용되며 혜택이 대폭 축소됐다. 고객들은 1억원 이상 예금에 대해서는 0.1% 금리만 적용한다는 조건 변경 통보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토스가 초기 가입자를 대량 확보하기 위해 무리한 조건을 내건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했다.
서비스 약관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사례도 있다. 토스는 지난해 말 충전식 선불카드 '토스머니카드'의 서비스를 갑작스레 중단했다. 해당 서비스는 2019년 4월 출시했기 때문에 고객 대부분의 카드 유효 기간이 최소 2년 남아 있었다.
토스는 '토스머니카드의 유효기간은 토스머니카드 표면에 기재된다'는 기존 약관을 '토스머니카드의 유효기간은 토스머니카드 표면에 기재되며 토스머니카드 자체의 유효기간은 회사의 정책에 따라 토스머니의 유효기간과 상이할 수 있다'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했다. 전통 금융권은 이를 일종의 꼼수로 보고 있다.
카드사의 경우 카드 유효 기간이 남은 상황에서는 서비스를 중단할 수 없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신규 발급이 중단되더라도 유효 기간이 남은 고객에게는 마지막까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자금융업자인 토스는 여전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이를 약관 변경으로 피해 간 것이다.
보안 부문에서도 다양한 취약점이 드러났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구축 과정에서 네이버파이낸셜은 고객의 계좌번호와 송금내역 등을 불특정 다수에게 유출하는 사고를 냈다. 망 분리 위반으로 말미암은 금융감독원의 제재도 이어졌다. 네이버파이낸셜은 2019년에 이어 2021년 업무용망과 외부 인터넷망을 분리하지 않아 2369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이보다 앞서 토스와 카카오페이 역시 지난해 4월 및 5월 각각 3720만원, 6960만원의 과태료를 냈다.
금융사는 중요 고객정보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업무망을 일반 인터넷망으로부터 분리해서 운영해야 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내부 통신망과 연결된 내부 업무용 시스템을 회사 전체 인터넷 단말기에서 접속이 가능한 상태로 운영하다가 적발됐다. 전산 처리의 핵심인 정보처리시스템을 인터넷 등 외부 통신망과 연결해 운영하기도 했다.
망 분리 문제는 빅테크-금융사 간 갈등으로 확전하고 있다. 이승건 토스 대표를 비롯한 빅테크 진영은 망분리 규제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금융권의 정보기술 역량이 약화된다”며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