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월 주화 유통량이 약 10년 만에 감소했다. 최근 일본 은행이 주화 거래 시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한 데다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간편거래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은행을 인용해 지난 1월 100엔짜리 동전 등 주화 유통량이 총 5조394억엔(약 52조880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0.1% 감소했다. 일본의 월 주화 유통량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은 지난 2012년 5월 이후 10여년 만이다.
닛케이는 정부의 금융완화책에도 주화 유통이 감소한 것은 일본의 현금지향 성향이 전환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비대면 경제가 확산한 것이 소비자의 행동 변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e커머스 등에서 전자결제 수요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동전의 쓰임새가 줄었다. 오프라인 매장들은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현금을 주고받는 대신 간편결제 솔루션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일본 은행은 최근 동전을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입금 시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 동전 수를 세는 ATM 유지에 상당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는 자국 금융계의 이 같은 움직임도 주화 유통을 억제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캐시리스'(현금 없는 사회) 비율은 30% 미만이다. 중국(77%), 영국(57%)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 신용카드(4~5%), 스마트폰 결제(2~3%) 등에 부과하는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금을 취급하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더 커지면서 대체 방안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일본 내 ATM나 점포에서 현금을 취급하기 위해 사용하는 비용을 연간 약 1조6000억엔(약 17조원)으로 추산했다. 닛케이는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하는 일본에서 '캐시리스'가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