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TP 리뷰 1]로봇부터 디지털위안까지…ICT가 열일 한 베이징 동계올림픽

컬링 스톤 모양의 수륙양용 성화봉송 로봇 (글로벌타임스 보도 캡쳐)
컬링 스톤 모양의 수륙양용 성화봉송 로봇 (글로벌타임스 보도 캡쳐)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2월 20일 폐막했다. 피땀 어린 훈련과 숨 막히는 경쟁을 이겨낸 성취에 대한 환희로, 때로는 간발의 차이와 석연찮은 판정으로 인한 탄식과 분노로 온 국민을 하나 되게 한 용광로 같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번 대회도 첨단 기술의 경연장이었으며 그 중심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이 자리했다. 더 안전하고 편리하며 생생하게 올림픽을 운영하고 감동을 전달하는 동시에 주최국이 기술력을 과시하는 역할은 ICT의 몫이었다.

◇평창대회는 최초의 5G 올림픽이자 화려한 드론 쇼 선보여

역대 올림픽의 ICT 활용을 간략히 돌아보면, 2008 베이징하계올림픽은 온라인 시청자 수가 TV 시청자를 처음 추월한 대회였고,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은 SNS를 적극 활용하는 '트위터 올림픽'을 표방했다. 2012년 런던하계올림픽은 3D 방송으로 개막식이 중계됐고,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은 가상화 네트워크 기술을 통한 맞춤형 정보서비스가 제공됐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70여 대의 카메라가 생산하는 개·폐회식 영상을 5G를 통해 전송하고, 사상 최초로 대부분 종목을 4K UHD로 생중계하였으며, 1218대 드론이 개막식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쇼를 펼쳤다.

◇로봇이 요리와 방역, 자율주행차가 승객 운송, 가상 인간이 수어 통역 담당

로봇은 베이징동계올림픽 참가자들이 현장에서 실감할 수 있는 가장 폭넓은 역할을 담당했다. 미디어센터 식당에서는 원격 주문한 음식을 쿠킹 로봇이 요리해 천장에 설치된 공중 서빙 레일을 통해 주문자에게 전달하고, 로봇 바텐더가 90초 만에 칵테일을 만들며 팔이 달린 로봇 바리스타는 원두를 갈아 4분마다 커피를 추출했다. 로봇은 방역에도 한몫을 담당했는데, '방역 안내 로봇'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에게 다가가 중국어와 영어로 “마스크를 제대로 쓰세요”라고 경고하고, '소독 로봇'은 16리터(ℓ) 소독 통을 달고 다니며 구석구석 소독액을 분사하고 바닥을 청소했다. 올림픽 사상 최초로 2대의 수륙양용 로봇이 수중에서 성화를 전달했으며, 스키 경기장에는 두 다리와 두 팔로 사람과 흡사하게 스키를 탈 수 있는 '스키 로봇'이 배치되어 경기가 진행될 산림을 순찰하고 긴급 구조에 활용되도록 했다.

또한 운전자 개입 없이 스스로 주행하는 자율주행 차량이 성화를 봉송하고 올림픽 관람 승객을 수송하며, 5G와 베이더우 위성항법시스템(중국판 GPS)을 활용해 1㎝ 단위 미세한 편차를 찾아내는 5G 스마트 카로 빙판 검사를 하는 등 자율주행 기술력을 과시했다.

인공지능 강국인 중국은 수어 앵커, 훈련 시스템, 경기 영상 재현 등에 인공지능을 접목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았다. 관영 CCTV의 수어 앵커는 음성인식과 기계번역 등을 통해 중계자 목소리나 화면에 보이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번역해 수화로 표현하는 디지털 휴먼이었다. 피겨스케이팅에서는 딥러닝과 컴퓨터 비전(Vision) 모델 데이터를 활용해 점프 시간, 회전 속도, 동작별 추진력 등을 분석해 기술적 매개변수를 찾아내고 예상 점수를 확인하는 등 이미지 훈련을 돕고, 스키 점프 경기장 등에 설치된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은 실시간 3차원 입체영상(3D)으로 렌더링하여 슬라이딩 속도, 점프 높이, 착륙 거리, 회전 각도 등의 모션 데이터로 제공됐다.

한편 대회장인 베이징과 장자커우 간에는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시속 350km 고속철인 푸싱호가 운행을 시작했는데, 열차 내부에는 6개 채널로 생방송 4K 경기 영상을 5G 망으로 실시간 시청할 수 있는 미디어 공간이 운영됐다.

◇사상 최초 100% 클라우드 올림픽

이번 대회는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경기 성적, 보도, 선수 관리, 의료, 숙식, 교통 등의 핵심 정보시스템이 모두 알리바바가 지원하는 클라우드로 운영됐다. 올림픽 중계방송도 OBS(IOC 산하 올림픽주관방송사)와 알리바바가 도쿄하계올림픽부터 공동 개발한 OBS 클라우드를 활용했다. 글로벌 팬데믹은 클라우드 기반 원격 방송 제작 환경으로의 전환을 가속해 올림픽 중계방송사의 현지 파견인력 규모가 평창 대비 약 40% 감소했다고 한다. 클라우드 활용은 친환경 올림픽 관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데,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자연 냉각, 침수식 액체 냉각, 지능형 온도 조절 기술을 적용해 무(無)기계 냉각을 실현함으로써 열에너지 소모를 70% 이상 낮춘 것으로 전해진다.

◇비자카드의 36년간 올림픽 독점을 종료시킨 디지털위안

1986년 이래 올림픽경기장과 관련 사이트에서 결재하기 위해서는 비자카드와 현금만 이용해야 했으나, 이번 올림픽에서는 디지털위안화도 사용할 수 있었다. 디지털위안화는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질서 재편을 목적으로 중국인민정부가 발행한 디지털 법정화폐로 이번 올림픽을 본격 보급의 계기로 삼아 조기 상용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를 위해 베이징, 장자커우 및 옌칭의 대회장을 디지털위안화 시범지구로 지정하고, 외국인 선수와 코치에게 전자지갑 역할을 하는 손목밴드를 제공했으며, 무인 환전기를 통해 외화를 디지털 위안화로도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정보보안 우려 등으로 외국인 참가자들은 주로 현금이나 비자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 올림픽의 폐막은 다음 올림픽을 위한 준비로 이어질 것이며, ICT도 창의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을 돕는 것부터 함께 할 것이다. ICT와 스포츠의 융합은 더욱 깊어지고 전주기로 확장될 것이므로 우리 ICT가 스포츠 대한민국의 도약에 기여하고 나아가 양 부문이 공진화하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글 : 이효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