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삶의 끝자락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인류가 궁금해한 미지의 영역이다. 실체나 지식은 없지만, 추측이나 주장은 무성하다.
죽음에 치달았다가 생환한 사람 중 갖가지 경험을 얘기하는 이들이 있다. 공중에서 자기 자신의 시신을 내려다보고, 강이나 바다를 건너고, 무언가 초월적인 존재를 만나는 등 신기한 '임사체험'을 했다고 말한다.
또 다른 얘기로는 죽음을 앞두고 그동안 인생의 중요 순간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는 것도 있다. 소위 말하는 '기억의 주마등' 얘기다.
갑론을박이 이뤄진다. 진정 죽음을 앞두고 이뤄지는 정신적 현상이라는 의견이 있고, 단순한 뇌의 특이현상이라는 말도 있다. 특히 임사체험에 대해 많은 사람이 주목한다. 뇌까지 기능을 멈춘 뒤에도 임사체험이 이어져 이것이 '영혼'의 존재를 입증하는 증거가 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최근에 이런 의견들과 관련 실체까지는 아니지만, 간접적인 정보를 제공해줄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루이빌대 신경외과 연구진은 지난 22일 국제학술지 '노화 신경과학'에 임종 환자의 뇌파 기록 관련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심장이 멈추기 전과 후 30초 동안 감마파(복잡한 정신 활동 수행 시 활성화 되는 30헤르츠 이상 진동수 뇌파)를 비롯한 다양한 뇌파 변화가 감지됐다고 밝혔다. 높은 인지능력이 발휘되는 상황에서 이런 뇌파 변화가 나온다는 것이 연구진 설명이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명상을 하거나, 꿈을 꾸거나, 과거 기억을 떠올리는 것과 같은 활동이 이뤄진 것이다.
연구진의 아즈말 젬마 박사는 이와 관련해 “전체로 일반화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과거 순간을 회상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연구는 처음이 아니다. 사람이 아닌 쥐를 대상으로 했지만, 미국 미시건대 지모 보르지긴 교수팀도 2013년 비슷한 연구를 했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된 관련 연구에서는 9마리 쥐에 심정지를 일으키는 상황에서 뇌파를 관찰했다.
그리고 뇌파가 사라지기 전 매우 폭발적인 뇌 활동과 감마파 패턴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죽음을 맞는 뇌가 마지막 순간, 매우 활성화되며 의식 활동을 한 것으로 설명했다.
최근 연구와 2013년 연구를 함께 보면 여러 가지 면에서 흥미롭다. 특히 사람과 동물이 죽음을 앞두고 유사한 뇌 활동 양상을 보였다는 점이 그렇다.
물론 이들 연구만으로는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 죽음 직전 뇌 활동이 곧 임사체험이나 기억의 주마등인 것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조금 더 다양하고 많은 연구가 이뤄지면 좋겠지만 사실 이런 연구를 계속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죽기 직전 상황을 실험에 활용하는 것은 연구 윤리 측면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실상 루이빌대 연구진 성과 역시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다. 뇌전증 환자에 대한 치료를 위해 뇌파를 줄곧 관찰해 왔는데, 환자가 갑작스럽게 임종을 맞게 돼 예기치 않게 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삶의 끝자락에 대해 답을 얻는 과정은 앞으로도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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