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시대 출발은 늦었지만 성공한 산업강국, 대한민국. 새로 출범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는 국가가 될 수 있을까? 산업화 성공신화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에 맞는 사고방식과 전략 채택이 필요하다. 하지만 신성장동력을 끊임없이 찾아내어 새로운 주력산업으로 성장시켜 나가는 목표는 동일하다. 대한민국 산업구조를 더 높은 가치사슬로 이동시키고 신산업 창출을 통해 새로운 가치사슬을 만들어 내는 일, 신성장 동력 만들기는 활발하게 지속돼야 한다.
경제학자 라이시는 “한 국가가 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미래 번영에 크게 차이가 난다. 이는 경쟁력을 상실하는 부문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부문으로 자원을 얼마나 유연하게 옮길 수 있느냐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 이런 자원이동 메커니즘이 바로 산업 내 구조조정, 산업 간 구조조정이며 혁신을 통해 자원이동이 원활하게 이뤄질 때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을 지속할 수 있게 된다. 산업 구조조정은 혁신을 통한 자원이동이어야 하며 저항과 갈등을 유발한다. 혁신에 의한 신기술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면서 국민, 지역사회 및 공동집단 그리고 이해관계인 등 신기술 수요자 수용성 확보라는 과제를 불러온다. 혁신과 규제 관계 정립이 중요하다. 신기술 분야 규제기준은 명확하고 예측 가능하며 합리적 수준으로 정해져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고 신산업 성장으로 연결돼야 한다. 정보기술(IT) 산업과 같이 혁신이 빠르게 창출되는 산업 부문에서는 '기술 주도적 입장(실리콘밸리식)'이, 생명공학 산업과 같이 안전이 중요한 부문에서는 '사회적 영향 최소화 입장(유럽식)'이 규제의 구체적 수준을 결정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와 혁신의 시차, 간격이 최소화돼야 한다는 입장은 공통이다. 신기술 연구개발(R&D)이나 제품화 초기 단계에서부터 규제를 함께 검토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신성장 동력 창출 속도와 성공률도 높여야 한다. 이와 함께 신기술 등장에 따라 부적절해진 기존 규제는 즉각 폐지 또는 개선 등 정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한국공학한림원 조사 결과(담대한 전환, 2021)에 따르면 한국경제 문제로 장기 구조적 저성장세의 지속을, 보다 구체적으로 한국 제조업 위기 구조적 요인으로 주력산업 구조개편 미흡과 신성장 산업 진출 미흡을 첫 번째로 들고 있다. 대한민국 산업은 원활한 자원이동 메커니즘 작동을 통해 주력산업 구조개편, 초격차 유지와 함께 신산업 창출과 성장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대한민국 산업은 기술혁신, 연대와 협력을 통해 도전과 축적 메커니즘을 만들어 지능화, 친환경화, 융합화, 고부가가치화를 이룩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기존사업 매각과 신사업 인수로 신시장을 개척하면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스핀오프나 사내벤처를 통해 신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인수합병(M&A),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성장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R&D, 지식재산권(IP) 전략 등을 통해 초격차를 확보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수소경제는 '퍼스트 무버'로서 신성장 동력 만들기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다. 수소경제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이며 에너지 산업만이 아닌 경제·산업구조의 근본적인 변혁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글로벌 탄소중립이 본격화되면서 친환경 자원이자 신성장 동력으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수소 생산, 저장, 이송, 활용 등 수소경제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제도 및 인프라 형성과 R&D, 보급, 투자, 안전, 조달 등을 적극 추진하면서 수소경제 만들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수소 수요 및 공급 생태계 동시 조성, '부생-추출-그린수소' 공급의 입체적 추진, 수소산업 진흥과 안전 동시 추진 등 '총체적 접근(holistic approach)'으로 수소경제 선도국가 만들기에 도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소차와 연료전지 분야 세계 최고 기술력, 전국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망 및 튼튼한 석유화학 산업 등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수소 생산·공급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세계 최초 수소경제법 제정, 수소안전관리 종합대책 수립, 민간수소위원회 출범 등 수소경제 제도 및 인프라 구축을 선도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민간기업의 수소경제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자원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민간기업 부문에서만 43조원에 달하는 수소경제 투자계획이 발표됐다. SK, 한화 등 화석연료중심 에너지 기업의 수소 연료전지 발전, 그린수소 R&D에 대한 신규 투자, 내연자동차 중심 현대차의 수소 연료전지차에 대한 전환 투자, 탄소 다배출 업종 대표 기업인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기술 개발과 투자 등 수소산업으로 전환과 선점 투자가 주요 내용이다. 정부는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 도입 등 제도 정비가 시급하고 R&D, 공공조달 확대 등 각종 지원을 통해 민간의 투자위험을 줄이면서 신성장 동력으로의 자원이동을 촉진시키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수소경제법을 제정하면서 수소경제 진흥과 함께 수소 안전기준을 동시 규정하고 규제샌드박스 1호로 국회 수소충전소 설립을 추진하는 등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면서 갈등을 극복하고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규제개혁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우선 허용, 사후 규제 원칙 적용, 규제샌드박스 대폭 활성화, 실리콘밸리 규제수준 등 규제벤치마크제도 도입, 규제 하나 신설시 규제 둘 폐지의 '2 FOR 1' 규칙 도입 등 다양하고 지속적인 규제개혁 노력이 필요하다.
신성장동력은 혁신을 통한 자원의 원활한 이동을 통해 창출된다. 사회적 수용성 제고를 통해 신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수소경제 선도국가 도전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성공적으로 창출하고 성장시켜 나가고 있다. 그리고 미래차,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인공지능 등 새로운 성장동력 만들기에 대한 지속적인 도전을 통해 주력산업 구조조정과 새로운 주력산업으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신성장동력 만들기에 대한 보다 과감한 도전과 적극적인 지원이 바로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 원천임을 명심하자.
성윤모 한국산업기술대학 이사장(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yunmosu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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