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이 또 떨어졌다. 통계청 조사에서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1명으로 전년보다 0.03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2019년 기준 1.61명. 한국은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명을 밑도는 나라였는데, 출산율이 더 떨어졌으니 그야말로 부동의 꼴지다.
백약이 무효할 지경이다. 2006년 저출산·고령화 사회 기본계획 수립 이후, 저출산 예산은 지금까지 총 200조원 넘게 투입됐으나 효과는 보이지 않고 상황만 악화되고 있다. 출산율이 올해 0.7명, 내년 0.6명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올 정도로 인구절벽 현실화에 섬뜩함마저 든다.
저출산은 경제에 치명타다. 출생아가 줄어든다는 것은 향후 생산인구 감소로 이어져 국가 성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OECD는 작년 말 내놓은 분석에서 한국이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1인당 잠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30∼2060년에 0.8%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2000∼2007년 연간 3.8%, 2007∼2020년 2.8%, 2020∼2030년 1.9%로 낮아지다가 급기야 0%대로 떨어지는 것이다.
저출산은 국가 존망이 달린 문제다. 안보 측면서 다뤄야 한다. 출산장려지원금과 같은 단기 처방이 아니라 결혼과 출산 의욕을 저하하는 사회 환경과 구조를 바꿔야 한다. 또 저출산의 심각성을 모두 체감할 수 있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효과가 없는 것은 정책 차원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원점 개편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퇴로 없는 절벽 끝자락에 설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