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다음 달 종료 예정인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한 번 더 연장하겠다고 28일 밝혔다.
고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연합회 초청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오미크론 등 코로나19 변이 대유행으로 중소기업·자영업자의 경영 여건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정부는 현재 자영업자들이 당면한 어려움에 공감하고 여야 합의에 따른 국회의 의견을 존중해 금융권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조치를 한 차례 더 연장하고자 한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을 다음 달 종료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오미크론 확산과 정치권 요청 등으로 다시 연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는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는 소상공인 지원을 하기 위해 2020년 4월 시행됐으며 이후 6개월 단위로 세 차례 연장된 바 있다.
이날 고 위원장은 러시아 금융제재가 실효성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은행권의 협조와 리스크 관리도 당부했다. 그는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러시아에 대한 스위프트 배제 등 금융제재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며 “은행권은 스스로가 우리경제의 안전판이라는 인식을 갖고, 최근 점증되고 있는 불확실성 요인에 대해 세심하게 점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 위원장은 “우리 금융회사 대(對) 러시아 익스포저는 크지 않지만 위기확산 가능성에 대비해 외화유동성 관리 등 사전적 준비를 철저히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에 따르면 러시아 관련 익스포저는 금융기관의 전체 대외 익스포저 중 0.4%인 14억7000만달러다.
그는 은행권의 디지털 전환 시도를 적극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고 위원장은 “디지털 유니버셜 뱅크 구축 등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제도적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 유니버셜 뱅크는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폭넓은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니즈를 분석하고 고객 맞춤형으로 다양한 금융 및 비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을 말한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항해 시중은행이 꾸준히 요구해 온 '뱅크 인 뱅크' 일환이다.
고 위원장은 “자율적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할 수 있도록 은행의 겸영·부수업무와 자회사 소유 규제도 개선하겠다”며 “부분적인 규제 정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은행법·보험업법·여전법 등 금융업법을 디지털 시대에 맞춰 전면 개편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지난 22일부터 법률·금융전문가, 업계 공동의 금융업법 개정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은행 등 금융사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핵심 제도들을 재검토하고, 진입·퇴출 및 업무·상품 변경의 유연성 확대 등 검토하고 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