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속기는 자동차에서 중요한 부품이다. 연비는 물론 주행 성능, 가속감, 승차감, 정숙성 등 다양한 부분이 변속기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제조사에서는 자동차의 성격과 성향, 타깃 고객 등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 변속기를 선택한다. 조용하고 편안한 중형 SUV의 대명사로 불리는 르노삼성 'QM6'는 변속기로 CVT를 사용한다. QM6가 지금처럼 정숙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자리매김한 데는 첨단 CVT 역할이 컸다.
CVT는 'Continuously Variable Transmission'의 머리글자다. 보통 무단변속기라고 부르지만 엄밀하게는 연속적 가변 변속기가 정확한 해석이다. 일반적인 변속기는 기어비가 서로 다른 기어를 단계적으로 조합한 방식이다. CVT는 두 개의 축을 벨트나 체인으로 연결해 각 축의 지름을 조절하며 상황에 적절한 기어비로 꾸준히 맞춰나간다. CVT를 무단변속기로 부르는 이유다.
CVT는 변속하기 위해 동력을 '끊었다, 이었다' 하지 않기 때문에 기어비 조절이 빠르다. 또 변속하지 않기에 이론적으로는 가속성능도 뛰어나고, 직결감이 우수하다. 효율도 발군이다. CVT는 엔진회전수(RPM)를 최적으로 유지하며 최고의 효율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단변속기의 경우 각 단별 기어비가 고정돼 속도에 상관없이 최적의 엔진회전수를 꾸준히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반면, CVT는 어떤 속도나 주행환경에서도 이상적인 엔진회전 수를 유지하며 연료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구조도 단순해 고장이 적고 가볍다. CVT를 적용한 모델이 연비가 높은 건 CVT가 다단변속기에 비해 가볍기 때문이기도 하다. 변속하지 않아 변속 충격도 없다. 변속에 따른 진동과 울컥거림, 승차감 저하가 발생하지 않는다. 급가속 때가 아니면 높은 엔진회전수를 쓰지 않아 정숙성을 유지하는 데에도 유리하다.
실제 QM6의 경우 도심에서 자주 사용하는 시속 50㎞를 유지하면 엔진회전수를 약 1300rpm 정도로 낮게 유지한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로 항속 주행하면 엔진회전수를 1800rpm 정도로 유지한다. 이를 통해 실내를 정숙하게 유지하고 효율을 끌어올린다.
르노삼성차는 “QM6의 CVT는 이러한 장점 극대화해 정숙성과 효율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QM6에 적용된 CVT는 도심에서 주행할 때는 많은 힘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기어비를 연속적으로 변경해 가능한 한 낮은 엔진회전수를 유지한다. 동일한 상황일 때 다단변속기는 엔진회전수 변화로 인한 소음은 물론 변속 충격까지 발생할 수 있지만, CVT는 변속하지 않기 때문에 정숙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QM6의 CVT에는 '슬립 록업 시스템'도 들어갔다. 록업 클러치(Lock-up Clutch)는 자동 변속기에서 토크 컨버터의 입력축과 출력축을 기계적으로 직접 연결하는 클러치를 가리킨다. 평소에는 토크 컨버터 내부의 유체를 통해 입력축에서 출력축으로 힘이 전달되는데, 록업 클러치가 동작하면 입력축과 출력축이 직접 붙어 힘을 전달한다.
토크 컨버터의 유체 속에 있는 록업 클러치의 경우 대체로 고속으로 항속할 때 작동한다. 하지만 르노삼성차는 초기 출발 시 부드러운 출발과 동력 전달 효율을 동시에 개선하기 위해 슬립 록업 시스템을 적용했다. 르노삼성차는 “이 기능은 세팅이 중요한데 부하가 높은 구간에서는 자칫 록업 클러치의 작동으로 인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최적으로 세팅해 출발 초기에도 충격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흡음력 높은 '대시 인슐레이터'를 넣어 엔진룸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최소화하고, 윈드실드에 이중 접합 차음 유리를 적용해 정숙성을 높였다. LPe 모델은 예비타이어 자리에 들어가는 도넛 탱크를 플로어와 접촉되지 않도록 떠 있는 구조로 설계해 탱크 내부 연료펌프의 진동이 실내로 전달되는 것을 방지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