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사회적 타협 메커니즘인 '한걸음모델'을 통해 플랫폼과 전문직군 간 갈등을 중재하겠다고 나섰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한걸음모델을 통한 중재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플랫폼 이슈에 뒤늦게 숟가락을 얹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는 3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열고 “올해 미용의료, 법률 광고 등 전문직 플랫폼을 한걸음모델 신규 과제로 선정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미용의료 광고 플랫폼에 대해서는 4일 1차 회의를 열어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고 법률 광고 플랫폼 갈등은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대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한걸음모델은 이해관계자 직접 참여 방식으로 신·구 사업 간 갈등을 모색하는 사회적 타협 메커니즘이다. 한걸음모델은 지난 2020년 타다 사태를 계기로 도입됐다. 당시 타다와 택시업계 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택시 기사가 분신까지 하는 사태로 비화되면서 대화와 사회적 타협의 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2020년 3개 과제와 2021년 2개 과제에 대해 이해관계자 간 합의를 도출하는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기재부는 “중립적 중재자로서 합의를 도출해 갈등비용을 줄이고 사회 구성원 간 신뢰를 제고했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 자평과 달리 중재 실효성에 대해서는 꾸준히 의문이 제기돼 왔다. 중재안이 두리뭉실하거나 '협의를 지속한다' 수준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20년 과제였던 도심 공유 숙박은 별도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고 2021년 과제인 단초점 안경 전자상거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자는 정책 방향에 합의하는 수준에서 결론이 났다.
후속조치 이행 여부에 대한 점검 체계도 미비하다. 중재안으로 합의한 사항이 '협의를 이어나간다' 수준인데 어느 한 쪽이 협의를 거부할 경우 결국 신산업 제도화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 신규 과제도 마찬가지다. 홍 부총리가 올해 과제로 언급한 미용의료와 법률 광고 플랫폼은 '강남언니'와 '로톡'을 의미한다. 두 회사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변호사협회와 갈등을 벌이고 있다. 로톡과 변협은 공정거래위원회와 헌법재판소에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어 한걸음모델을 통한 중재가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기재부도 한걸음모델 한계를 인지하고 한국갈등학회와 협력해 상생조정기구 운영지원단을 운영하는 등 한걸음모델 중립성을 높이기로 했다. 설문조사와 토론 등을 보강해 일반 국민과 전문가 입장을 충실히 반영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에 한걸음모델 법적 근거를 포함해 제도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