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C(User Created Contents)는 2005년께 국내 언론에 생소한 단어로 등장했지만 당시 해외에선 핫이슈였다. 이듬해 UCC를 창업한 지 1년이 갓 지난 유튜브가 구글에 2조원에 인수되는 등 산업 지형이 급변하던 시기다.
그때 국내에선 다음커뮤니케이션, 판도라 TV, 네이버, 싸이월드가 UCC를 앞세워 각축을 벌이고 있었지만 성장세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정부는 차세대 전지, 지능형 로봇, 미래형 자동차 등 10대 산업을 주요 육성 대상으로 삼은 반면 IT 산업 육성에 소홀했다. 다음 정권도 국가 핵심 성장 과제로 녹색 성장을 내세웠고, 그 다음 정권은 창조경제 활성화에 역점을 두면서 UCC는 산업으로 꽃피우지 못했다. 그 당시 유튜브에서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11억뷰 이상을 달성했다는 자부심에 취해 있었지만 정작 국내 토종 UCC 기업은 성장이 멈췄고, 그나마 아프리카TV 정도가 국내에서 명맥을 잇고 있을 뿐이었다.
현 정부도 소득 주도 성장과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치중한 나머지 다른 부분은 보지 못했다. 산업 육성 정책이 정권마다 오락가락하면서 10여년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우리에게 남은 것은 유튜브와 틱톡뿐이다.
UCC뿐만이 아니다. 클라우드는 애플·구글·아마존이 선점했고, 사물인터넷(IoT) 분야도 해외기업의 잔칫상이 되어 가는 모습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메타버스도 이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 메타버스는 특징상 다양한 기술·산업이 얽혀 있는데 각 요소 기술·산업을 보면 상황이 녹록지 않다.
메타버스를 3D 가상 공간의 무엇으로 정의하면 현재 '리지니'와 같은 게임이 그 영역에 들어갈 수 있다. 현 정부가 게임 규제를 강화하는 사이 미국·중국은 투자를 늘렸고, 최근에는 메타(페이스북)와 MS 등 수많은 기업이 게임 회사 인수에 혈안이 되어 있다.
글로벌 기업이 게임 회사를 인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메타버스를 구현할 3D 공간의 디자인 설계 기술과 수천명의 개발자를 게임 회사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자는 현실 세상의 건설 엔지니어라는 사실을 망각해선 안 된다. 가상 환경을 제작할 수 있는 개발 툴인 언리얼엔진을 보유한 에픽 게임즈, 유니티 테크놀로지도 메타버스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에픽 게임즈는 여러 사람이 SNS를 통해 게임을 함께 즐기는 원천 기술 2건을 2012년에 출원해 2015년 미국특허청으로부터 등록번호를 US9,017,171과 US9,144,740로 각각 부여받았을 뿐만 아니라 2005년에 설립한 바이너리 브이알을 인수하며 메타버스 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
메타버스를 현실 세상과 가상의 융합으로 본다면 관련 산업도 상황이 좋지 않다. 해외 영화제작사와 방송사는 오래전부터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을 발전시켜 왔고, 핵심기술을 특허 출원해왔다. 디즈니는 가장 많은 특허 출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디즈니는 2009년 현실 세계 인격체 정보를 여러 가상 환경에 합성해서 화면에 출력하는 기술을 미국특허청(USPTO)에 출원했다. 이듬해 가상 카메라를 이용하는 비디오 캡처 시스템 제어 기술도 특허출원했다. 2020년에는 '가상 세계 시뮬레이터' 특허 기술을 미국특허청에 출원했다.
디즈니는 OTT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를 개시하며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리는 동시에 메타버스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디즈니는 수많은 저작권을 보유했고, 놀이 테마파크도 보유하고 있다. 자신만의 메타버스를 만들고 현실 세계에서 보유한 수많은 캐릭터, 상품을 메타버스에 투입할 가능성이 짙어 보인다.
우리 정부, 기업의 메타버스 대응은 어느 정도일까. 정부가 메타버스 신산업 선도 전략을 발표했으나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메타버스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관련 규제를 살피고 철폐해야 한다. 메타버스는 어느 한 분야에서만 일어나는 산업이 아니다. 실제 세상이 가상 세계에 그대로 옮겨지는 것이다. 메타버스를 이주해야 하는 새 터전으로 보고 치밀하고 전략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유상근 표준특허평가센터 변리사 sgyu@spe-c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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