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5년간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핀테크투자와 M&A가 고공행진이다. KPMG에 의하면 특히 작년 증가세가 뚜렷했다. 글로벌 핀테크투자 건수가 5684건으로 2020년 대비 51%, 투자금액도 2101억달러로 68%나 급증했고, M&A금액도 2020년 758억달러, 2021년 831억달러로 지속 증가세다.
왜 이렇게 빠르게 늘고 있나. 첫째, 방심했던 글로벌 은행들의 반격요인을 들 수 있다. 5년 전만 해도 세계 금융 시가총액 톱5는 모두 은행이 석권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 2개뿐이고 나머진 비은행과 빅테크·핀테크다. 이에 따라 작년부터 JP모건 등 은행의 핀테크투자와 M&A 반격이 거세지고 있단 평가다. 둘째, 리테일뱅킹의 패러다임시프트 때문이다. 코로나19까지 가세한 디지털 가속화로 기존 리테일뱅킹으론 인건비와 임대료 때문에 도저히 가성비를 맞출 수 없다. 그 결과 리테일뱅킹이 핀테크의 간편결제 투자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셋째, 핀테크 관련 부문의 확장도 핀테크투자 증가요인 중 하나다. 예컨대 작년 가상자산과 사이버보안 투자는 각기 302억달러, 48억달러로 사상 최고치였다.
그럼 이런 글로벌 핀테크투자와 M&A의 고공행진은 향후 금융시장 관련해 어떤 의미 내지 영향을 갖게 될까. 전문가들은 우선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 핀테크 간의 경쟁 격화와 함께 업체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거란 점을 꼽는다. 신산업 출현과 기존 산업재편 때 늘 일어나는 일이지만, 10여년 만에 미국의 금융 긴축과 금리 인상이 시작되는 최근 금융환경까지 고려하면, 옥석 가리기를 넘어 경우에 따라서는 '서바이벌 게임'이 될 가능성도 있다.
또 핀테크를 활용한 금융권 해외 진출도 향후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는 지난 3~4년간 꾸준히 증가해온 핀테크 M&A 부문에서 작년 크로스보더(Cross-border) M&A가 전년 대비 3배 이상 급증한 점에서도 그 가능성이 엿보인다, 사실 핀테크 특성으로 꼽히는 신속성과 간편함 이면에는 '손안의 금융'이란 닉네임에서 알 수 있듯이, 시간·공간 제약 없는 핀테크 강점을 빼놓을 수 없다. 또 이때 '시간·공간 제약이 없다는' 의미는 바로 핀테크를 통한 금융의 국가 간 연결 및 진출이 양국 금융소비자 만족도 제고로 상호 윈윈 효과를 낼 수 있단 뜻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 핀테크 상황과 시사점을 생각해보자. 우리나라 핀테크는 한마디로 하나의 신산업으로 자리매김했고, 비교적 성공적이란 평가다. 일부는 이미 유니콘 또는 예비유니콘이 되고 있고, 카카오뱅크는 상장 후 시가총액이 대형 은행의 2배인 40조원을 넘나들어 금융권을 긴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기대감 때문인지 핀테크투자액도 작년 3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였다.
하지만 성장기에 성장통이 찾아오듯이, 핀테크업계에도 최근 업계 양극화, 초기 핀테크업체의 자금조달과 인력난 등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 어떤 타개책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핀테크 M&A 활성화와 초기 투자펀드 조성과 별개로 핀테크를 통한 금융의 해외 진출이 시의적절한 방안이 될 수 있다. 해외에서 핀테크의 상호 진출수요가 커지고 있는 시기인 데다 한국 IT는 해외에서 인정하는 만큼 IT금융, 핀테크는 상대방과 제휴 협력에 유리한 점, 카카오뱅크나 토스 등 세계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을 성공사례가 있다는 점 등을 적극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남아는 고성장지역인 데다, 향후 금융의 빠른 디지털·모바일 전환이 예상되고, 우리나라 기업들의 생산 및 수출 비중도 높아서 핀테크 진출의 최적의 타깃이라고 할 만하다. 향후 민간 협력은 물론 정책당국과 공조를 통한 지속적이면서도 체계적인 민관 협력을 기대한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ysjung1617@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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