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조기업이 러시아 현지에서 잇달아 사업을 중단하며 이른바 '손절'에 나섰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상대로 경제 제재에 나서면서 경영환경이 불확실해진 데다 직원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독일 지멘스와 메르세데스-벤츠가 러시아에서 생산·판매 사업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지멘스는 러시아에서 진행 예정이던 신규 사업을 모두 보류하고 신규 장비 출하를 중단했다. 다만 철도 관련 사업 등에 이미 납품한 설비는 사고 예방을 위해 유지 서비스를 계속 제공할 예정이다. 지멘스에서 독립한 발전사업 대기업 지멘스에너지도 러시아에서 추진하는 신규 사업을 멈췄다. 러시아에 가해진 서방 국가들의 제재와 향후 영향을 검토한 후 진행 방향을 결정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대 러시아 수출을 중지하는 한편 수도 모스크바 교외에 있는 공장을 세웠다. 해당 공장은 러시아 시장을 겨냥해 'E클래스' 세단과 다목적 스포츠카(SUV) 모델을 생산하기 위해 지난 2019년 2억5000만유로(약 3340억원)를 투입해 구축한 거점이다. 다임러트럭으로 이전 예정이었던 러시아 자동차 기업 '카마즈'의 주식 15%도 당분간 보류한다.
닛케이는 각국 기업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현지 사업을 재검토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한 각국의 제재에 따라 육로·수로·항공 공급망이 동시에 막힌 데다 러시아 은행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배제로 대금 결제까지 어려워진 데 따른 조치다. 러시아 정부와 현지 반전 시위대 간 충돌이 이어지면서 직원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덴마크 풍력발전기 전문기업 베스타스도 당분간 러시아에서 신규 사업 관련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존 현지 사업은 직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계속한다. 베스타스는 지난 2021년 러시아에서 80만㎾ 이상의 풍력발전기를 수주했다. 일본 토요타자동차도 4일부터 러시아에서 자동차 생산을 멈추기로 했다. 물류망이 차단되면서 부품 공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토요타의 러시아 생산공장은 현지에서 전체 부품 가운데 약 40%를 조달하고 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