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있는 유럽 최대규모 원자력 발전소에서 러시아 공격으로 불이 났다.
3일(현지 시간)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40분 우크라이나 전략통신정보보안센터는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의 계속된 포격으로 자포리자 원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원전 대변인 역시 자포리자 원전에 실질적인 폭파 위협이 있었다고 밝히며, “러시아는 자포리자 원전을 향한 포격을 지금 즉시 멈춰라”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남동부에 건설된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 발전량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우크라이나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15기 가운데 6기를 보유한 곳이다. 유럽 최대원전으로 불리는 만큼 '폭발 시 체르노빌 10배 피해'가 우려된다.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화재 이후 아직까지 자포리자 원전 근처에서 방사능 수치가 상승했다는 징후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원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TV와 인터뷰를 통해 포탄이 자포리자 원전 근처에 떨어졌다며, 이로 인해 6기 원자로 가운데 하나에 불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자로는 현재 개보수 중이다. 가동되지 않고 있지만 내부에는 핵 연료가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소방관들이 총격을 받을 위험이 있어 화재 현장에 가까이 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원전 대변인이 전했다. 또한 자포리자주 에네르호다르시 외곽에서는 러시아군과 대치 중에 있어 진입로가 막혔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전일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 인근 4km까지 접근했다고 소식에 러시아 정부에 자포리자 원전을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했으나 러시아는 이를 무시하고 하루만에 포격을 감행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방사능은 국적 가리지 않고 모두를 공격한다. 방사능은 누구도 살려주지 않을 것. 체르노빌 같은 사태를 다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러시아는 침공 첫날인 지난달 24일 체르노빌 원전 시설 통제권을 장악했다. 가동이 중단된 원전임에도 해당 지역에서의 교전으로 시간당 3.03마이크로시버트(μSv/h)였던 방사선 선량이 한때 92.7μSv/h까지 치솟았다. 3일 뒤에는 크이우(키예프)와 하르키우(하르키프) 핵폐기물 저장소에 미사일을 떨어뜨리며 위협했다.
일각에서는 자포리자 원전 형태가 체르노빌 보다 안전한 형태로 설계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폭파 시 피해 규모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돼 긴장감이 계속되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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