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10~15년 연구개발 기간과 1조원 이상 비용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신약 개발 과정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면 신약후보 물질 탐색 시간을 단축하는 동시에 성공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을 제안해 결과적으로 신약 개발에 드는 막대한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남호정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의 주된 연구 분야는 AI를 이용한 신약 개발이다. 석사학위는 전산학과, 박사학위는 바이오 및 뇌공학과에서 취득한 그는 AI와 머신러닝 등 컴퓨터를 활용한 기술을 생명현상에 결합한 융합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질병과 연관된 세포 특성을 모사하거나 분석해 진단 마커 발굴 및 화합물 기반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남 교수는 “효율적인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컴퓨터학에 매료돼 대학에서는 전산을 전공했다”며 “박사과정 진학 시 국내에서도 생명정보학 전공 과정이 신설되면서 전산학과 생물학이 만나는 접점을 찾았고 AI를 이용한 신약 개발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GIST에 부임한 2013년만 해도 국내에서는 AI를 의생명과학 분야에 접목하는 연구사례는 흔치 않았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컴퓨터를 이용해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신약 개발 전 과정에 AI를 활용하는 시도가 크게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 교수는 현재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으로 '설명 가능 AI 기반 약물 후보의 독성 및 부작용 예측 시스템 개발' 과제를 담당하고 있다. 빅데이터 AI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을 국내 최초로 구축해 공개했으며 단백질 서열 기반으로 약물과 표적 단백질 결합지역 및 상호작용을 예측하는 AI 기술을 개발했다. 표적 단백질을 구조 정보 없이 서열 정보만으로 약물과 얼마나 잘 결합할지 학습하고 예측하는 AI 기술도 제시했다.
그는 “약물-표적 단백질 상호작용 판별은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할 뿐만 아니라 화합물 라이브러리 내 무작위로 수행하기 때문에 실제 상호 작용하는 화합물 선별 비율은 매우 낮다”면서 “AI 모델을 활용하면 수만·수십만개 화합물로부터 표적 단백질에 활성을 보이는 화합물을 찾아야 하는 힘겨운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신뢰할 수 있는 유효화합물 예측 결과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의생명과학 분야에서 AI의 장점은 다양한 데이터로부터 얻어진 신뢰도 높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라며 “AI를 활용해 혁신 신약 개발을 앞당기고 치료 중심에서 예측·예방 중심으로 의료·제약 부문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