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서방의 경제제재로 러시아 관련 금융과 물류에 차질이 생기면서 우리나라 수출 제조기업 피해가 가중됐다. 수출 선적과 부품 수급 문제 등이 현실화하면서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휴대폰 등 러시아행 수출제품 선적이 최근 중단됐다. 생활가전 제품을 현지 생산하는 LG전자도 부품 등 선적상황이 이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물류 차질에 따른 부품 부족으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지난 4일 미국 정부가 대러시아 수출통제 조치인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적용 대상에서 한국도 면제해 주기로 하면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긴 했으나, 글로벌 물류 차질과 공급망 불안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는 형국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지정학적 상황으로 인해 러시아행 선적이 중단됐다”면서 “현재의 복잡한 상황을 면밀히 주시해 다음 단계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애플·인텔 등 미국 기업들이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판매 중단한 것과는 다르게 “수출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기업과 달리 국내 전자·자동차업계에 러시아는 중요한 시장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스마트폰과 TV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생활가전 부문에선 LG전자와 함께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러시아 국민이 좋아하는 브랜드 1위로 선정됐다.
현대차·기아도 지난해 러시아에서 총 38만대 자동차를 판매한 주요 자동차제작사다.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 입장에서도 러시아는 전체 수출액이 연간 15억달러에 달해 미국, 중국 다음으로 중요한 시장이다. 러시아 시장 매출 비중이 낮은 미국 기업과는 다른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제품 수출은 중단돼도 현지 공장은 정상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 공장에서 TV를 생산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러시아 현지) 공장은 부품 재고를 확보했기 때문에 당장 생산을 중단한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물류난이 장기화하면 현지 공장 가동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글로벌 선사들이 러시아행 선적 및 운항을 추가로 중단하고 있어 피해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글로벌 부품 수급난으로 인해 지난 1~5일 가동을 중단했다. 이어 러시아 여성의 날 연휴인 6~8일 추가 휴무에 들어간다. 현재로서는 9일 재가동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이달 생산물량도 절반으로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현대차는 물론 이와 관련된 국내 부품 업체도 사태 장기화시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