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아이오닉5' 인도네시아 현지 생산을 시작으로 해외 공장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늘려간다. 경제 강국과 자원 부국이 자국 우선주의에 따라 현지 생산을 노골적으로 강제하면서다. 하락세인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세계 각국의 공장을 증설하거나 신규 전기차 전용 공장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전기차 현지 생산을 추진한다.
현대차는 기존 한국과 체코 중심으로 생산하던 전기차 생산을 세계 각국 공장으로 확대한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생산을 시작한 아이오닉5에 이어 아이오닉 시리즈와 전략 전기차를 현지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우선 올 연말에 미국 앨라바마 공장에서 'GV70'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유럽에서도 현지 생산을 늘린다. 현재 '코나EV'를 생산하는 체코 공장에서 'i30' '투싼' 등 내연기관차 생산을 줄이고 전기차 차종 및 물량을 확대할 방침이다.
전기차 '미스트라EV' '엔시노EV(코나EV)' '라페스타EV' 등을 현지 생산하는 중국에서는 내년 8월 내부 코드명 'OE'인 전략 전기차 생산과 출시를 준비 중이다. 전기차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 실적 반등을 꾀한다.
현대차는 러시아·브라질·인도공장 등에도 지역 전략에 맞는 전기차를 개발·생산해 현지 생산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도공장에서는 이미 코나EV를 생산하고 있으나 수요가 부진한 상황이다.
국내에서 전기차를 전량 생산하는 기아도 해외 생산을 확대한다. 내년부터 중국에서 준중형·중형(C·D 세그먼트) 전기차를, 미국에서는 같은 급의 전기차를 2024년부터 생산할 예정이다. 2025년에는 유럽에서 소형·준중형(B·C 세그먼트) 전기차를, 인도에서 경형·소형(A·C 세그먼트) 전기차를 각각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그룹의 해외 생산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미국과 중국 등은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전기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기업이 해당 국가 경쟁사와 동일한 보조금,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현지 생산을 늘려야만 한다. 완성차 제조사뿐 아니라 배터리 업체도 해외 공장을 신설하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배터리 전기차(BEV) 판매량으로 중국이 1위(272만대), 유럽이 2위(128만대), 미국이 3위(51만대)다.
현대차그룹의 해외 전기차 생산 확대에 따라 국내 자동차 생산량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재편됨에 따라 전체 판매량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015년 455만5957대를 정점으로 6년째 하락, 지난해 346만2499대를 기록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각국이 일자리 확보와 공급망 관리를 위해 자국 내 생산을 유도하는 움직임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다”며 “기업은 해외 생산을 늘려 판매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국내 투자가 줄어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