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자국을 침공한 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해 70개 이상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 제재 동참을 요청했다. 우크라이나는 한국기업 삼성전자에도 현지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러시아 내부 IT 인프라와 서비스망을 약화시켜 시민·기업 불만을 높이는 방식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전략이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알렉산더 보르냐코프 우크라이나 디지털부 차관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보르냐코프 차관은 미국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팔'이 러시아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실질 효과를 내고 있다며 IT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닛케이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출범한 우크라이나 디지털부는 그동안 산업 등의 디지털전환(DX) 추진을 담당했다. 하지만 러시아 침공 이후 '디지털 전투부대'로 역할이 전환됐다. 보르냐코프 차관은 특히 글로벌 IT 기업을 대상으로 러시아 사업 중지를 요청하는 '디지털 외교'를 핵심 임무로 꼽았다. 러시아 시민과 기업의 불만을 높여 러시아 정부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에는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부 장관이 삼성전자의 러시아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서한을 한종희 부회장에게 보냈다고 공개했다. 서한에서 페도로프 장관은 “삼성이 세계 평화를 걱정하며 권위주의적 침략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삼성페이, 삼성 갤럭시스토어 등 러시아에서 삼성 제품과 서비스 공급을 잠정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앞서 애플은 러시아에서 아이폰을 비롯한 모든 제품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도 대 러시아 사업을 멈췄다. 지난 5일에는 페이팔이 러시아 제재에 동참했다. 보르냐코프 차관은 “러시아군 철수라는 목표 달성까지 가능한 많은 기업에 협력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트위터로 발표한 이른바 'IT군'에 관해서는 전 세계에서 IT 기술자 30만명가량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사이버공격에 대항하는 것은 물론 정보가 통제된 러시아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르냐코프 차관은 러시아 침공 직후 진행한 암호화폐 기부 규모는 지난 5일 기준 7800만달러(약 95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향후 대체불가토큰(NFT)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예정이다. 러시아군 공격을 디지털 이미지화해 이를 NFT로 판매하는 형태다.
보르냐코프 차관은 닛케이에 국제사회 지원에 사의를 나타내는 한편 “무관심하지 말아달라”면서 “누구에게나 (우크라이나와) 같은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21세기에 이런 행위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