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일 한국공학교육학회장(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ilmoon@yonsei.ac.kr
사회과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인간이 자연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 바뀌면 의식도 바뀐다고 주장했다. 원시 수렵채취사회는 글 없이 말로만 소통하는 구두 문화였다. 석탄과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은 인쇄기술 상용화를 이루어 내며 신문이나 책의 대량 생산 및 보급을 가능하게 했다. 내연기관과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2차 산업혁명에는 전기 통신, 전화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있었다. 글을 사용함으로써 개인이 내면을 성찰할 기회가 생겼고, 인쇄기술에 의해 새로운 사상이 싹텄고, 전기통신에 의해 동시대 의식이 생겼다. 이처럼 인류의 의식은 에너지 및 의사소통 매체 변화와 늘 발맞춰 발전해 왔다.
그렇다면 10년 후의 미래에 우리는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 우선 지구 온난화에 따른 환경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극지방의 만년설이 녹으며 수십만 년 동안 눈으로 덮여 있던 땅이 드러나면서 많은 미지의 미생물들이 밖으로 노출되고 있다. 지구 곳곳에서 더위로 대규모 산불이 일어나며 인간과 격리되어 있어야 할 동물과 미생물이 인간의 생활터로 침범하여 제2, 제3의 팬데믹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 소위 뒷마당에서 찾을 수 있는 태양, 바람, 물, 지열, 파도, 바이오매스 등 쾌적하고 고갈되지 않는 연료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연료들을 편리하고 익숙한 전기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며 수소를 이용해서 이를 저장하고 필요한 곳으로 운송한다. 수소의 사용은 필요한 곳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저장하는 에너지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여기에 걸맞은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메타버스이다. 메타버스를 통해 우리는 목소리와 화상통화를 넘어 더 실감나는 소통을 하고 한층 더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게 된다. 단순한 의사전달뿐만 아니라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 아바타, 가상화폐 기술 등을 이용하여 실제 현실과 같은 사회 문화적 활동을 함으로써 인간의 의식이 한 단계 더 진화할 것이다. 수소 에너지와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사회가 도래하면 인간의 의식도 그에 걸맞게 바뀔 것이다. 게임에 몰입하는 MZ 세대를 보면 카르페디엠의 실존주의가 강화되고, 공감 시대가 올 수 있다. 강화된 의사소통 기술로 인간의 공감의식이 크게 변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 의식을 먼저 바꾸어 이런 편리한 미래사회가 빨리 오도록 노력해야 할지 모르겠다. 공동체 안에서 개인이 발전하고 개인의 행복이 공동체를 발전시키는, 서로 공감하는 이상적인 사회. 새로운 에너지에 의한 변화하는 의식으로 정치, 경제, 문화, 사회가 바뀌는 시대. 모든 것이 완벽하기만 한 유토피아를 이룰 수는 없어도 첫 단추는 잘 끼워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밖으로는 미-중 패권 다툼을 필두로 중국과의 사드 문제, 일본과의 무역 분쟁, 북한과의 갈등 등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만든다. 내적으로는 많은 문제 중에 특히 교육이 나아가는 방향이 우려스럽다. 전쟁으로 폐허가 되고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맹모삼천지교도 마다치 않는 교육의 힘으로 여기까지 달려왔다. 그러나 과연 2022년을 시작하는 대한민국은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을 하고 있는가? 대학은 13년째 등록금 동결 및 각종 규제로 제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고, 중등교육 또한 사교육 제재나 학습 부담 경감 등의 이유로 하향평준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대한민국이 거친 파도의 미래를 향해 항해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의식의 변화를 내다볼 줄 알고 준비하는 선장이 필수적이다. 수소사회와 메타버스라는 기술과 공감의식의 큰 물결이 오고 있다.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우리 사회의 선장들은 불확실하고 거친 미래의 바다에 들어가며 제대로 키를 잡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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