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업계 매출 순위가 또 요동쳤다. 2020년 셀트리온이 전통 제약사를 제치고 업계 매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진단키트 업체 에스디바이오센서가 1위에 올랐다.
7일 전자신문이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 실적을 조사한 결과 에스디바이오센서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처음으로 2조원대 매출(2조9314억원)을 기록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2020년 1조6000억원대 매출로 업계 2위였으나 지난해 전년보다 1조2000억원이 늘어난 호실적을 거두며 업계 1위를 차지했다. 변이 바이러스 등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체외진단제품 수요가 증가, 2차 호황을 맞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진단키트 업체인 씨젠도 약진했다. 지난해 연매출이 1조3708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한 이 회사는 업계 순위가 두 계단 정도 상승했다.
바이오 기업 약진도 두드러졌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매출액 1조8908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등 주력 바이오시밀러 판매 호조와 코로나19 관련 치료제, 진단키트 매출 증가 덕분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지난해 1조5680억원 매출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업계 처음으로 매출액 순위 톱5에 진입했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수요 증가로 수주 확대와 3공장 가동률이 상승한 결과다.
전통제약사 '빅5'는 외형 순위에서 진단키트 회사나 바이오 업체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내원환자 감소와 의약품 처방 감소 속에서 선전했다. 제약업계 1위 유한양행은 지난해 매출이 1조6878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기술료 수익에 더해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이 고르게 성장했다. GC녹십자 매출액은 1조5378억원으로 전년 대비 2% 증가했다. 백신과 처방의약품 부문에서 자체 개발 품목이 선전하며 매출 확대와 수익성을 동시에 잡았다. 종근당 매출액은 3.1% 증가한 1조3436억원을 기록했다.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 고지혈증 치료제 '아토젯',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 등 주력 전문의약품이 성장을 견인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는 올해도 코로나19 효과가 이어질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 'GBP510'이 상용화되면 매출이 크게 증가하며 10위권 진입이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올해 연간 매출액 컨센서스는 1조4934억원이다. 진단키트 업계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올해 들어서도 미국, 일본, 브라질 등과 대형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호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미크론 확산과 코로나19 재택치료 확대로 일반감기약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국내 일반감기약 시장에서는 동아제약 판피린과 동화약품 판콜이 투톱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김형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까지는 국내 수요와 전 세계 수출 물량으로 국내 신속항원진단키트 업체들은 작년 동기 대비 높은 매출 성장이 예상된다”면서 “일반관리군에 해당하는 대부분 가정에서 확진자 발생에 대비해 종합감기약, 해열제 등 상비약을 준비하고 있어 관련 기업의 매출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