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게임즈, '대리 게임' 근절 나섰다

높은 랭크에 도달하면 특전을 제공하는 것 뿐아니라 랭크가 곧 게임 내 권력 순위, 나아가 동류, 또래 집단의 권력 척도가 되기도 한다. 사진은 2021 시즌 개인/2인 랭크 보상과 자유 랭크 보상으로 지급되는 승리의 블리츠크랭크 크로마
높은 랭크에 도달하면 특전을 제공하는 것 뿐아니라 랭크가 곧 게임 내 권력 순위, 나아가 동류, 또래 집단의 권력 척도가 되기도 한다. 사진은 2021 시즌 개인/2인 랭크 보상과 자유 랭크 보상으로 지급되는 승리의 블리츠크랭크 크로마

라이엇게임즈가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에 듀오 없는 솔로랭크 도입을 검토한다. 법 제정 후에도 지속되는 대리게임 근절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했다. 대리게임업체는 이용자 욕망과 프로 진입에 실패한 연습생 등 환경적 요인 때문에 완전 근절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라이엇게임즈가 듀오 없는 개인 전용 랭크 게임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랭크 게임은 이용자 실력을 구분 짓는 등급전이다. 혼자 매칭 대기열에 참가하는 걸 1인 큐(Queue), 둘이 한 팀을 이루어 대기열에 서는 걸 듀오 또는 2인 큐라 한다. 게임 내에 가장 치열하고, 결과에 민감한 콘텐츠다. 롤 인기의 핵심이다.

라이엇게임즈는 개인·듀오 랭크 게임은 대체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나 사전에 편성된 랭크평가점수(MMR) 격차가 큰 듀오 팀은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MMR 격차가 큰 듀오의 존재로 듀오가 포함된 팀이 그렇지 않은 팀에 비해 승리 확률이 10% 이상 높은 탓이다. 듀오가 없는 개인 전용 랭크 게임을 만들어서 팀 격차로 인한 승률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다수 이용자가 듀오 랭크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기 때문에 듀오를 제외한 개인 랭크 도입은 플레이 현황을 조금 더 지켜보고 나서 신중히 결정하겠다”면서 “올해 중 추가 내용을 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MMR 차이가 큰 듀오 팀의 승률이 높은 이유는 친구와 함께 즐긴다는 애초의 의도가 훼손될 정도로 대리게임이 횡행하기 때문이다. 대리게임은 금품 또는 상응하는 대가를 받고 게임 점수, 성과 등을 대신 획득하는 행위다. 탭스, 토익 대리시험과 같은 개념이다. 게임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게임 수명에도 문제가 된다. 공정성 문제와도 결부돼 있어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등원 전 대리게임의 이슈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게임법에 지정돼 있는 불법 행위다. 듀오는 수사 대상이 아니라 '단순 교습'으로 빠져나갈 여지가 있어 이용률이 높다. 2019년 '대리게임금지'법이 적용된 이후 게임물관리위원회가 2020년 2000개사가 넘는 업체를 수사 의뢰하고 처벌자까지 나왔으나 현재도 다수의 대리업체가 성행하고 있다. 대리기사(대리게임을 뛰는 플레이어)로 적발되면 e스포츠 선수 자격을 주지 않는 법안까지 발의 중이다.

본래 대리게임은 지인끼리 알음알음으로 해 왔다. 프로게이머 출신이나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지망생, 연습생이 금전적 이득이나 친분을 얻으려 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현재는 조직 단위로 움직이는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업체들은 랭크 게임이 개편돼도 대리 게임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들보다 높은 등급이 되길 원하는 이용자 심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는 “오늘도 55건을 했다”면서 “프로 진입에 실패한 연습생, 설령 입단했다 하더라도 2부리그를 전전하는 아마추어 선수 등 대리기사 자원이 계속 공급되고 있어 쉽게 랭크를 올리고자 하는 이용자가 꾸준히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