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부처 수장 격인 기획재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숨죽이고 있다. 기재부의 조직 개편에 대한 유력 후보 간 입장이 판이한 가운데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짜야 하는 실무적인 과제도 놓였다.
9일 관가에 따르면 기재부 등 정부부처는 대선 결과에 따른 부처 개편 방향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조직 개편은 인수위원회에서 논의하는 핵심 이슈다. 앞서 이명박 정부 인수위는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합쳐 기획재정부를 만들었다. 박근혜 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했다.
차기 정부 인수위에서도 정부 조직 개편은 치열한 논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히 기재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대대적인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코로나19 지원 과정에서 여러 차례 이 후보와 갈등을 빚었다. 여당에서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는 등 갈등이 극한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는 기재부가 지나치게 막강한 권한을 휘두른다는 비판을 제기하며 예산 기능을 분리하는 등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해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예산 기능을 대통령 또는 총리 산하 직속 기구에 설치하는 것이다. 이 경우 경제정책, 국제금융, 세제를 담당하는 1차관실과 예산과 재정을 운영하는 2차관실로 나눠지게 된다. 기재부를 5~6개로 나눠 다른 부처에 편입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재부 해체론을 두고 내부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인사 적체를 해소하고 승진이 수월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반면 타부처 더부살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부처를 쪼갠다고 반드시 자리가 더 생기는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지난 과장급 인사에서 세제실과 예산실을 떠난 공무원들은 부처가 갈라질 경우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한다.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윤 후보는 기재부를 쪼개는 것 대신 재정위원회 신설을 제안했다. 금융위원회의 정책 기능을 기재부로 통합시켜 재정과 세제, 금융을 한번에 조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조직 개편의 파고를 넘은 후에는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짜야 하는 과제가 기다린다. 특정 후보가 압도적으로 지지를 받고 있는 경우라면 해당 후보에 맞춰 국정과제를 준비할 수 있지만 아직 판세를 섣부르게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기재부 입장에서는 두 후보 모두 대규모 재정지출을 예고한 만큼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후보는 50조원 규모 재원을 투입해 방역과 사전 보상 방식의 손실지원을 약속했다. 윤 후보도 50조원 수준의 소상공인 피해지원액 선보상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