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소재 신기술 개발은 물론, 시제품 개발과 같은 기업활동을 돕는 일석이조를 이루는 곳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제일 안쪽 테스트베드 동. 화학소재솔루션센터에 속한 이곳 클린룸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화학소재솔루션 센터는 이름처럼 산업계에 화학소재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곳이다. 관련 데이터베이스·기술동향을 제공하는 화학소재정보은행 운영, 시뮬레이션 기반 소재·공정·부품 가상공학 플랫폼을 구축하고 지원하는 것 외에도 초정밀 롤투롤(Roll to Roll) 파일럿 코팅공정을 구축, 기술개발과 기업지원을 수행 중이다.
최우진 센터장은 이곳을 두고 “장비 규모가 국내 출연연·대학에서 최대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12년 전부터 소재 기업지원이라는 국가 미션 아래 쌓은 장비다.
에어샤워 후 들어간 클린룸에서 이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눈에 담으려면 멀찍이 뒷걸음질 쳐야 할 만큼 큰 장비들이 즐비했다.
테스트베드 운영을 맡은 조성근 책임연구원 안내로 먼저 습식(Wet) 코터를 살펴봤다. 롤 형태 필름을 풀어 기능성 부여 용액을 코팅하고, 건조와 자외선 경화 과정을 거쳐 다시 롤로 감는 장비다.
매우 컸다. 2층 형태로, 길이만 16m라고 했다. 조 책임은 “11년 전 구축 당시 25억원 넘게 투입된 시스템”이라고 했다. 활용 실적도 화려했다. 은나노와이어 투명전극 필름 개발, 최근 폴더블 고경도 하드코팅 기술 개발에 기여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롤투롤 화학기상증착(CVD) 장비도 옆 공간에 있었다. 가스로 필름에 화학반응을 일으켜 고기능 박막을 형성하는 장비다. 조 책임은 “유리를 쓸 수 없는 폴러블·롤러블 전자소자의 수분·산소 노출을 막는 고성능 배리어 필름 개발에 쓰인다”며 “기업 시제품 개발을 돕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길이가 10m 쯤 되는 스퍼터는 '불소계 박막코팅 공정' 개발 일등 공신이다. 불소 고분자를 필름에 코팅해 태양광 전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소자 내구성을 강화하는 공정 기술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함께한 김맥 연구원은 “본래 스퍼터는 코팅에 전기를 이용하는데, 고분자는 저항이 커 이것이 어려웠다”며 “탄소계 소재를 불소계 고분자에 섞는 방법으로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인근 센터 공간에도 롤투롤 레이저 패터닝 장비를 포함, 다양한 장비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조 책임은 “이런 장비를 갖추는 것은 대기업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자랑했다. 이어 “소자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등 다양한 시도로 기업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 중”이라며 “신장비 도입, 기술 확보에도 열심인 만큼 각계의 도움과 관심을 바란다”고 전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