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국민연금 지능형 연금복지 통합플랫폼 구축' 사업 입찰을 재공고했다. 벌써 네 번째 공고다. 1차와 2차 입찰은 무응찰, 3차 입찰은 단독 응찰로 모두 유찰됐다. 3차 응찰 기업 대상으로 수의계약을 위한 적합성 평가를 진행했지만 이마저도 무위로 돌아갔다. 4차 입찰이 마지막이라는 입장이지만 입찰이 성사될 지는 미지수다.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의 유찰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지난해 초 1026억원 규모로 발주된 행정안전부의 '차세대 지방세입정보시스템 구축 2단계' 사업은 세 차례 유찰된 후 4차 입찰에서 겨우 사업자를 선정했다. 1300억원 규모의 대법원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 구축' 사업도 1차 입찰이 유찰됐다. 2차 입찰에 LG CNS가 단독 응찰, 수의계약을 맺었다.
연이은 유찰 요인은 여러 가지다. 사업이 복잡하고 규모가 커서 사업자 부담이 막대한 경우 사업 참여를 꺼릴 수 있다. 규모가 큰 사업일수록 유찰 비율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낮은 수익성도 주요인이다. 공공 SW 사업은 수익성이 낮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개발자 확보가 어려운 요즘 같은 시대에는 특히 수익성 높은 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연이은 유찰은 행정력 낭비를 불러온다. 경쟁 입찰을 하지 못하면 발주기관은 비용 부담이 커지고, 최적 사업자 선정 기회도 놓치게 된다. 사업 일정 지연으로 서비스 품질도 낮아진다.
공공 분야 발주자는 왜 공공 SW 사업에서 유찰이 많아졌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으로 체류비 등 사업자 부담이 커졌다. 그러나 이에 대한 고려 없이 과거 방식 그대로 예산을 산정하는 게 문제다. 사범 범위 대비 예산이 적정한지 폭넓은 논의도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원격 개발, 노코드나 로코드 개발 등도 허용해 사업자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개발 효율성을 높이고 투입 인원을 줄이는 방법이다. 깊은 고민과 대안이 없다면 공공 SW 사업 유찰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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