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분 산 마리우폴 산부인과 폭격…러 “사진 조작” 주장에 우크라 “거짓말”

런던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마리우폴 산부인과 병원을 공격했다는 사실이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 당했다. 사진=영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
런던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마리우폴 산부인과 병원을 공격했다는 사실이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 당했다. 사진=영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공분을 산 마리우폴 산부인과 병원 폭격이 우크라이나의 조작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10일(현지 시간)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마리우폴 산부인과병원 폭격 보도는 러시아를 비난하기 위해 조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잔혹한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며 국제사회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를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코나셴코프 대변인은 “'휴전체제'를 선포한 이후 이 지역에서 지상 목표물 공중 폭격 임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항공 폭탄은 가장 약한 것이라도 건물 외벽을 완전히 파괴했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영상 속 산부인과 병원은 환자와 의료진이 없는 상태였고, 민족주의자 세력인 ‘아조프 부대’의 근거지로 쓰였다는 주장이다.

전날 마리우폴 당국은 산부인과 병원에 가해진 러시아군 폭격으로 17명이 다쳤으며, 6살 어린이를 포함한 3명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만삭의 임신부가 초점 없는 눈으로 들것에 실려가는 모습, 건물을 빠져나오는 피해자들 등이 외신을 통해 보도돼 충격을 안겼다.

드미트리 폴리안스키 주유엔 러시아 차석대사는 언론 보도 사진 속에 등장한 임부 중 한 명이 인스타그램 뷰티인플루언서이며, 임신은 했지만 사실적인 분장을 하고 피해자를 연기했다고 조작설을 제기했다. 런던 주재 러시아 대사관 또한 트위터를 통해 “병원 폭격은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반박에 대한 반응은 냉담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항상 그렇듯, 그들(러시아)은 당당하게 거짓말을 한다”며 “마리우폴 병원에 군 병력이 주둔했다는 러시아 측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장 모습을 담은 영상이 보여주듯 폭격으로 다친 사람은 모두 민간인”이라며 “러시아군은 인도주의 통로 개설도 방해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러시아가 명백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병원 공격으로 다친 사람들의 모습을 전 세계 사람들이 보았음에도 이를 부인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존슨 총리는 산부인과 및 어린이 병원 공격에 대해 “무방비 상태의 취약 계층을 공격하는 것만큼 타락한 행동은 없다”고 비난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