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중고차 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하자 이 사업에 먼저 진출한 계열사인 현대캐피탈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현대차 '인증 중고차' 사업이 현대캐피탈 '인증 중고차'와 내용부터 서비스까지 판박이여서 피해가 상당해 보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최근 중고차 사업 방향을 공개한 가운데 이미 기존 중고차 사업을 하던 계열사 현대캐피탈과 내용부터 구조가 대부분 같아 실적에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캐피탈사 고위 관계자는 “현대차가 최근 인증 중고차 사업을 선언했는데 기존 현대캐피탈 인증 중고차 서비스와 사업이 거의 유사하다”면서 “사실상 모회사가 동일한 사업을 선언해 계열사 시장 경쟁자로 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최근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고 세부 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5년, 10만㎞ 이내 자사 브랜드 차량을 사들여 200여개 항목의 품질 검사를 하고 상품성 개선 과정을 거쳐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기반 온라인 가상전시장에서 판매하는 형태로 운영한다. 상품 검색·비교부터 견적, 계약, 출고, 배송까지 전 과장을 온라인 원스톱으로 구현해 고객이 가상전시장에서 중고차를 계약하면 원하는 장소로 배송까지 해준다.
이 같은 형태는 기존 현대캐피탈이 하던 '인증 중고차'와 유사하다. 일각에선 내부 교통정리가 되지 않아 모회사와 계열사가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쟁탈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캐피탈은 2015년 국내 금융사 최초로 인증 중고차 서비스를 내놨다. 6년, 12만㎞ 이내 무사고 또는 사고 정도가 경미한 차량만 골라 233가지 정밀검사와 품질개선을 거쳐 판매한다.
판매 절차도 거의 동일하다. 현대캐피탈은 고객이 매장 방문 없이도 차량 내·외관을 꼼꼼하게 확인할 수 있는 360도 리얼뷰 기능을 제공한다. 이는 현대차가 구현할 예정인 온라인 가상전시장과 유사하다. 날짜를 정하면 원하는 장소로 배송된다.
문제는 이들이 같은 계열사라는 점이다.
현대캐피탈은 작년 9월 말 기준 34조9000억원 자산을 보유한 국내 최대 자동차 금융회사다. 작년 9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현대차 직할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지분도 현대차 59.68%, 기아 20.10%를 각각 보유해 전체 80% 상당을 보유했다.
현대차는 현대캐피탈보다 인증 중고차 시장 후발주자이지만 파급력은 훨씬 상당할 수 있다. 자사 브랜드 차량을 직접 확보·검수하므로 단기에 소비자 신뢰를 얻는데 유리하다. 작년 기준 총자산 약 231조원, 매출 약 117조원, 영업이익 6조6789억원으로 현대캐피탈과 비교하기 힘든 수준의 체력과 규모를 갖췄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과거부터 새 먹거리 창출 차원에서 중고차 사업에 상당한 관심을 가졌고 이를 현실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다만 현대캐피탈과 거의 같은 사업을 들고 나왔다는 점에서 모회사와 계열사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은 리스나 렌트로 나갔던 차량 중 반납 받은 차량만을 대상으로 중고차 판매업체와 제휴해 해당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현대차와 직접 중고차 판매 라이선스가 없는 현대캐피탈의 사업영역이 충돌한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인증중고차 사업 모델 역시 국내 중고차시장에서 일반화된 사업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표]현대자동차와 현대캐피탈 인증중고차 사업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