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싱크권'과 음악저작물관리 글로벌화

김경숙 상명대 지적재산권전공 교수
김경숙 상명대 지적재산권전공 교수

K-드라마가 해외에서 큰 사랑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무렵이다. '겨울연가'를 시작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K-드라마는 '한류'라는 이름으로 일본 진출을 시작했다. 일부 드라마는 한국에서 제작 당시 사용된 배경음악과 전혀 다른 배경음악으로 대체된 채로 수출돼 시청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천국의 계단'이었다.

제작 당시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곡 '아베마리아'는 드라마와도 잘 어우러져 국내에서는 배경음악 또한 인기를 얻었다. 드라마가 일본으로 수출되면서 완전히 생뚱맞은 곡으로 바뀌었다. 원인은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하기 위한 권리처리(라이선스 계약)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에 있었다. 드라마 제작사가 라이선스를 받지 않고 제작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저작권 실무와 관행상 라이선스에는 문제가 없었다.

권리 내용과 라이선스가 가능한 지역 범위에 문제가 있었다. 음악을 드라마 등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우리 저작권법상 복제다.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복제권에 대한 라이선스가 필요하다. 그러나 음악산업이 발달한 국가는 복제권을 형식적 법률 내용보다 더 구체화해서 실무를 운용한다. 음악을 복제하는 행위라 해도 배경음악으로 이용하는 것과 음악 자체를 CD 등으로 만드는 것을 구분했다.

관행적으로 복제 형식을 구분하는 명칭도 달리했다. 배경음악으로 삽입하는 것을 '싱크로나이제이션', 흔히 줄여서 '싱크'라 한다. 음악을 CD로 만들거나 다운로드 형식으로 복제하는 것은 '기계적 복제'라고 한다. 싱크를 할 권리인 '싱크권'은 음악이 어떤 장면에 사용되는지에 따라 창작자의 명예나 인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창작자가 직접 권리를 처리하는 게 해외에서는 일반적이다. 예컨대 'What a wonderful world'나 'Moon River'는 악당이 나오거나 범죄와 관련된 장면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조건이 있다. 음악이 나쁜 이미지로 사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건이다. 해외에서는 저작자가 동의하지 않는 한 일률적으로 라이선스가 이뤄지는 집중관리단체를 통하지 않는 이유다.

우리나라 대표 음악저작물 관리단체로 작곡·작사가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이차적저작물작성권을 제외한 모든 권리를 회원으로부터 양도해서 관리하고 있다. 방송사용료와 영화사용료 규정에는 복제에 싱크를 포함하고 있다. 싱크권이 복제권의 일종으로서 음저협이 관리하는 권리에 당연히 싱크권이 포함된다는 해석을 전제로 한다.

여기서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창작자에게 직접 어떤 장면에 음악이 사용되는지 물어 보지 않고 라이선스가 된다는 점, 라이선스 지역 범위가 국내에 한정된다는 점, 해외 곡을 음저협이 관리하면서 국내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도 앞의 두 가지 문제가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아베마리아'는 해외 곡이지만 '천국의 계단'이 국내 방송을 염두에 두고 음저협으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 제작·방송했다가 수출되는 과정에서 제도 차이로 문제가 발생해 곡을 변경해야 했다.

이러한 문제는 팬데믹 이후 온라인 세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플랫폼이나 메타버스 등을 활용한 글로벌 공연에 관한 권리 처리가 문제로 되고 있다. 인기 아이돌 K-팝에 참여하는 작곡·작사 가운데 30~40%가 외국인 창작자다. 외국 작곡·작사가는 본인이 싱크권 라이선스를 한 적이 없는데도 공연영상물을 인터넷에서 시청할 수 있는 상황에 의문을 제기한다.

음악저작권 관계자는 이러한 차이는 국내와 해외 음악관리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열심히 설명한다. 하지만 세계적 인기를 얻는 K-팝과 달리 우리나라 음악관리시스템이 글로벌하지 않다는 점에 외국 작곡·작사가는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음악산업 역사가 오래된 유럽과 미국은 음악관리를 창작자가 해야 하는 영역인 '싱크', 어느 정도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인 '기계적 복제', 창작자가 개입할 필요 없이 관리단체가 관리 가능한 집중관리영역인 '공연'으로 구분하고 있다.

무조건 관리단체를 통해 권리 처리를 해야 하는 국내 음악관리시스템이 점차 글로벌해지는 K-콘텐츠 관리에 어울리는지 등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현행 제도가 저작권자 보호와 관련 산업 발전은커녕 장애로 작용한다는 음악업계의 볼멘소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경숙 상명대 지적재산권전공 교수 miju0704@sm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