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플랫폼 효과' 주의보

[ET톡]'플랫폼 효과' 주의보

최근 파이코인이 보이스피싱 범죄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기사로 다뤘다가 악플과 욕설 메일을 수백통 받았다. 원색적인 욕설이야 그렇다 치고 해당 코인의 추천인으로 가입해 달라며 자신의 아이디를 적은 메일도 수십 통 섞여 있어 웃음이 났다. 아마 '사기 의혹이 있든 없든 우리 코인 믿는다'는 취지의 항의가 아니었나 싶다.

파이코인은 정보기관이 내사 중이다. 복수의 블록체인 기업으로부터 파이코인 개인정보 유출 피해 사례와 기술 문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조사가 시작됐다는 사실만으로 혐의가 입증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피해자가 발생한 뒤에 대응하면 항상 늦다.

파이코인 소식을 처음 접한 것은 작년 초였다. 공사 현장 인부들이 모두 파이코인 앱을 스마트폰에 깔고 들여다보는데 도통 정체를 모르겠다며 지인이 내용을 물어 왔다. 연말에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지인도 추천인으로 등록해 달라며 단체 채팅방에 링크를 보내왔다. 파이코인 측 주장에 따르면 가입자가 당시 세계적으로 2800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파이코인과 관련해서 글로벌 기업 '아마존'이 배후에 있다는 주장부터 시작해 대형 거래소 상장 루머, 기약 없는 메인넷 론칭 등 통상 스캠 사례와 유사한 점이 너무 많다. 다행인 점은 아직 거래소에 상장된 적이 없는 코인이어서 시중 가치가 '0원'에 수렴되고, 이를 거액에 매입한 피해자가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이다.

블록체인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본 사람은 오히려 파이코인 시스템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비트코인 등과 달리 컴퓨팅 파워를 쓰지 않고도 탈중앙화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하다는데 대부분 블록체인 전문가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만약 그렇다면 작업증명(POW), 지분증명(POS) 등 합법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가상자산의 존재 이유가 대부분 없어지기 때문이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중앙기관이 없어 시스템을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한 개방성이 필수다. 그런데 파이코인은 몇 개가 발행되고 사라졌는지, 코인이 어디로 이동했는지 알 방법이 없다. 다른 코인처럼 노드 연산에 의한 보상으로 지급되는 '발행'이 아니기 때문에 개발사가 수억개 코인을 더 발행해도 잡아낼 방법이 없다. 예술계 격언 가운데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당신이 똥을 싸더라도 사람들은 박수를 칠 것이다”(앤디 워홀이 한 말로 알려졌지만 근거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용자가 늘면 본질이 없는 네트워크라도 영향력이 생긴다.

지난해 머지포인트 문제를 처음 지적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용자가 100만명에 달해 피해 규모를 더 키웠다. 현실적으로 판단하고 탈출하려는 사람들을 머지포인트 지지자들이 붙잡았다. 머지포인트는 아직도 100만명의 사용자가 '플랫폼 효과'를 내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법정에서 주장하고 있다. 판단은 투자자 몫이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