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교육 수업시간 확대' '코딩과목 대학입시 반영' '초·중·고 인공지능(AI) 교육 필수화' '디지털 영재학교 설립' '메타버스 전문 교육과정 운영'.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SW교육 공약이다. 윤 당선인은 대한민국을 디지털 패권국가로 만들겠다고 했다. '디지털 패권국가, 대한민국.' 말만 들어도 설레고 자랑스럽다. 디지털 패권국가가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여러 가지가 필요하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인재다. 윤 당선인은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도 강조했다. 인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학생과 졸업생 등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 준비교육하고는 다르다. 인재 양성은 초·중학교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가능하다.
현재는 어떠한가. SW교육이 초·중학교에 필수화가 됐지만 유명무실하다. 턱없이 부족한 수업시간 때문이다. 초등학교는 2년에 17시간, 중학교는 3년에 34시간에 불과하다. 과목으로서 의미가 없다. 제대로 된 정보교사가 없는 초·중학교도 많다.
학교 SW교육이 이 정도라면 나머지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윤 당선인의 SW교육 공약은 매우 중요하다. 디지털 패권국가가 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다.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
걱정이 있다. 윤 당선인이 제시한 SW교육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SW교육 수시 확대 문제는 지난 몇 년간 교육계는 물론 SW산업계, 정치권 등에서 끊임없이 논의된 사안이다. 그렇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SW교육 수시 확대는 과목별 교사 채용인원 숫자하고 연관되기 때문이다. 학교 전체 수업시간은 정해져 있다. 이 시간 내 국어, 영어, 수학 등 과목 시간을 정한다. 과목시간 규모만큼 해당 과목의 교사 채용 인원이 정해진다.
SW교육 수업시간을 확대하려면 다른 과목 시간을 줄여야 한다. 줄어든 과목 교사 채용 인원도 준다. 다른 과목 교사들의 양보가 필요하다. SW교육 수시 확대가 어려운 이유다.
대학입시에 코딩과목을 포함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학생과 학부모는 입시 과목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 한다. 교사는 대학입시에 포함된 SW교육을 담당하는 데 한계가 있다. 상당수 학생은 사교육으로 몰릴 것이다. 또 하나 대학입시처럼 특정 정답을 원하는 것은 SW교육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
AI 교육 학교 필수화는 교육개정2022 통해 2025학년도부터 도입된다. 문제는 AI 원리를 배우기보다 AI 활용 교육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디지털 영재학교 설립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이미 유사한 SW영재학교, 과학영재학교가 설립돼 있다. 영재학교도 교육부의 공정성·형평성 논리로 영재를 가르는 데 한계가 있다. 현실적 고려 없이 규제를 적용해 운영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교육 당국의 정책이 변해야 한다. SW교육을 받는 학년을 현재보다 넓히고 기존 정규과목 시간을 조금씩 줄여서 SW교육에 배정하는 것이다. 학교 자율적으로 하게 한다면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 SW교육을 음악·미술·체육처럼 여기는 것도 방법이다.
융합 교육을 확대하는 것도 방안이다. 국어·영어·수학·과학 등 모든 과목에 SW를 융합해서 교육하는 것이다. 실제 대학에서는 경제학과·사학과 등 인문사회계열 학과 학생도 코딩 공부를 한다. SW를 접목할 영역이 많기 때문이다.
대학 입시에 코딩 과목을 반영하는 것은 당분간 쉽지 않다. 다른 방안이 있다. SW만 잘해도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는 'SW특기자' 전형을 확대하면 된다. 2016학년도 SW중심대학이 처음 지정되면서 'SW특기자' 전형을 도입했다. 과거 KAIST·고려대 등 20여개 대학에서 SW만으로 대학 신입생을 선발했다.
현재 SW특기자 전형은 대폭 축소됐다. SW특기만을 보고 선발하는 대학은 거의 없다. SW중심대학 컴퓨터공학과 전공 학생도 국·영·수 등 과목의 내신 또는 수능 점수를 보고 선발한다. 모든 학생에게 코딩과목을 입시로 공부하게 하는 것보다 SW를 좋아하고, 잘하는 학생이라도 대학에서 관련 분야를 전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디지털 영재학교 설립 등은 기존 제도를 취지에 맞게 잘 활용하도록 수정, 보완하면 어떨까. 무조건 새로 도입한다고 답은 아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구슬은 충분히 준비했다. 이제 제대로 꿰어서 보배를 만들어야 할 때다. 새로 출범할 정부에 바란다. 이제 제대로 꿰어 보자.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
신혜권기자 , et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