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공연은 음악과 퍼포먼스는 물론 무대 기술까지 아우르는 종합 예술이자 엔터테인먼트 산업 핵심 상품 중 하나다. K-팝 한류와 함께 투어 형태로 거듭돼오던 공연은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엔터업계가 주목하고 고민하는 K-팝 공연 모습은 어떨까. 발전 방향은 어떻게 될까. 엔터테인&에서는 이른바 '메타버스 시대'로 일컬어지는 K-팝 산업계 공연문화 발전상과 비전을 살펴본다.
◇언택트 공연
언택트(비대면) 공연은 K-팝 공연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존 오프라인 공연에서 부수적으로 여겨지던 생중계 방식에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최신 실감 기술을 더해 비대면 환경에서 현실성을 배가한다는 점에서 상당 규모 대체재가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당대 최고 수준 음향·시각 기술을 대규모로 투입해 '안방 1열'에서 편하게 아티스트 공연을 최상 환경에서 접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일부이긴 하지만 영상·텍스트 실시간 연동을 통한 피드백이 가능하고 오프라인 못지않은 공연 관람 환경을 구현한다는 점에서도 주목됐다.

K-팝 업계는 대체재 발굴 노력과 함께 다양한 언택트 공연 탄생을 유도했다. 2020년 4월 NCT 공연으로 시작된 비대면 공연브랜드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는 SM과 JYP, 네이버 등 3자 협력 법인 출범과 함께 샤이니·트와이스 등 실감 나는 랜선 공연을 거듭 선보이며 언택트 공연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이브(HYBE)는 사명과 조직개편 이전인 2020년 9월 라이브 스트리밍 솔루션 기업 키스위와 설립한 합작법인이자 유니버설뮤직그룹(UMG)·YG엔터테인먼트 투자 유치로 범위를 넓힌 KBYK Live 법인 라이브 플랫폼 베뉴라이브(VenewLive)를 통해 방탄소년단, 세븐틴 등 레이블즈 아티스트 공연을 대거 펼치고 있다.

엔터테인 업체 적극 행보 속에서 방송계 K-팝 무대에도 언택트 공연 기술이 반영되고 있다. 최신 무대 기술을 망라한 무대로 유명한 엠넷아시안뮤직어워즈(MAMA)나 케이콘(KCON) 온라인 버전으로 꼽히는 케이콘택트(KCONTACT) 등은 VR·볼류매트릭 등 확장현실(XR) 기반 언택트 무대를 적극 구현하며 관련 업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KBS는 나훈아, 임영웅 등을 주인공으로 하는 추석, 신년 등 시즌성 무대를 언택트 형태로 구현해 일부 연령층에만 머무를 수 있던 언택트 공연 관람 폭을 전 국민 단위로 확산시키는 데 일조했다. 언택트 공연은 팬데믹 시대 K-팝 공연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지만 한계도 드러나는 모습이다. 아티스트-관객 양방향으로 전개되는 소통 채널 가상성에 대한 괴리감이 우선 크다. 빠르고 정확한 피드백 소통이 가능하지만 기존 공연 현장에서 별도 매개체 없이 서로를 바라보던 아티스트와 팬이 모바일·정보기술(IT) 기기라는 매개체를 통해 접근한다는 점은 몰입감 측면에서 제한적이다.

최근 빈번한 V라이브·유튜브·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기반 라이브 소통을 확장한 것에 지나지 않음과 더불어 함께 즐기는 무대가 아니라 더욱 일방향으로 공연 의미가 치우쳐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소위 팬더스트리(FAN+INDUSTRY) 수식어를 불러일으킨 팬덤문화 역시도 온라인 환경에서 구심점을 마련하는 경우가 크지만 흐름이 실제 공연 현장까지 미치지 않음에 따라 소통 수준이 정제되지 않고 침체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한계점으로 꼽힌다.

엔터 업계는 완벽한 대체재가 될 수는 없지만 첨단 기술과 세부 노력을 더해 언택트 공연 몰입감을 높이는 모습이다. 사전녹음을 통한 무대함성 등 간단한 조치부터 자체적인 멀티뷰 기능과 위버스 플랫폼 기반 응원봉 연동을 구현한 하이브 베뉴라이브, 다면분할 형태 팬·아티스트 실시간 영상 연결과 VR 공간표현 다각화 등에 집중한 '비욘드 라이브' 등 기술 발전과 궤를 같이하는 모습들이 대거 비쳐지고 있다.
◇하이브리드 공연
하이브리드 공연은 언택트 공연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한 대체재를 찾는 노력에 따른 결과물이다. 명확하게 정의되는 하이브리드 공연은 미미하게나마 진정 신호를 비추고 있는 팬데믹 상황에 기인한 거리두기 형태 오프라인 현장과 기존 언택트 공연을 잇는 온·오프라인 병행구조 공연이다.

K-팝 관련 무대 중 하이브리드 공연은 다소 보수적으로 규정을 적용하는 K-팝 전문 공연이 아닌 뮤지컬·연극 등 순수예술 계통에서 힌트를 얻은 테마 예술 무대를 통해 우선 전개됐다. 대표적으로 공연기획사 신스웨이브는 대학로 오프라인 공연장과 전용 플랫폼 '메타씨어터'를 축으로 태양의 노래·알타보이즈 등 뮤지컬과 함께 '보이는 라디오' 콘셉트 K-팝 공연 '온에어' 시리즈를 시작하며 팬데믹·메타버스 시대 하이브리드 공연 장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말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최근 서울 잠실 주경기장 현장과 베뉴라이브를 엮었던 방탄소년단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시리즈, 고척돔 현장과 플랫폼 비욘드라이브를 연계한 NCT 127 투어공연 '네오 시티 서울 더 링크' 또한 하이브리드 공연 주요 사례로 꼽힌다. 자회사 클렙과 함께 팬 플랫폼 '유니버스'를 운영하는 엔씨소프트 또한 온라인과 일부 오프라인을 더한 팬미팅·컴백쇼를 추진하고 있으며, LG유플러스 U+아이돌라이브 플랫폼이나 KT 올레tv(현 시즌)가 추진하는 팬미팅급 소규모 공연 생중계 지원 또한 하이브리드 공연의 일맥이라 할 수 있다.
기존 모바일 채널에서 다변화는 물론 거시 차원에서 채널 다각화를 이루는 하이브리드 공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뮤직채널 뮤플리,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등과 연동으로 전개된 XR 배경으로 선미 미니앨범 '6분의 1' 컴백쇼를 전개한 메타버스형 K-팝 컴백 페스티벌 '아웃나우 언리미티드'는 단일 플랫폼 내 멀티 중계나 공연기술 확대가 아닌 플랫폼 병행 연동을 통해 전개된 무대이자 아바타 기반이라는 제한점에도 함께하는 음악 무대라는 공연 특성을 충분히 발휘한 하이브리드 공연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비욘드라이브나 베뉴라이브 등과 연계 프로모션 구조와 함께 개봉 연기 등에 따른 상영작 부재를 채우는 새로운 방향성으로 공연 생중계 채널 방향을 잡은 CGV '라이브뷰잉' 또한 다른 의미의 하이브리드 공연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네이버제트 '제페토'나 유티플러스 인터랙티브 '디토랜드', SK텔레콤 '이프랜드',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 플랫폼 등에서 일부 전개되는 K-팝 공연이나 행사 등은 큰 범주 내에서는 언택트 공연이라 할 수 있지만 아바타 매개 인투인 무대로서 오프라인급 리액션이 간접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미시적 관점 하이브리드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시점 K-팝 공연은 단순 오프라인 무대를 넘어 다양한 비대면 기술을 더한 디지털 무대와 접점으로 더욱 확대되고 있다. 경향성은 디지털 지식재산(IP) 인증서라 하는 NFT(대체불가토큰) 릴레이에서 보듯 단편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다양해지고 세밀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연 변화 핵심은 '음악 본연 공감 소통성'이다. 언택트 공연 한계에서 보듯 오감 만족 화려함을 주는 기술 영역만이 아닌 오프라인급 현장감이 아니라도 음악이라는 공통언어를 함께 즐기는 환경, 그를 위한 음악인과 대중 고려가 절실히 필요하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