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尹 회동 4시간 전 전격 취소...국민통합 무색

지난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신임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간담회장으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신임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간담회장으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만남이 불발됐다. 불과 4시간 전에 깨졌다. 청와대와 당선인 측은 서로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과 당선인 모두 대선 후 국민통합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던 것이 무색한 지경이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8시 서면 브리핑을 통해 “오늘 예정되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은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 실무 차원에서 협의는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낮 12시 청와대 상춘재에서 배석자 없이 단독으로 오찬 회동을 하기로 한 지 불과 4시간 전의 일이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같은 시각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오늘 회동은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 "일정을 미루기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양측 합의에 따라 밝히지 못함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번 회동은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의제를 조율해왔다.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것은 의제 조율에 실패했다는 뜻이 된다. 특히 양측이 모두 회동 취소에 대한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취소 이유에 대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당선인 측 관계자도 “실무 협의에 대해서는 서로 이야기를 안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의 특별사면, 문 대통령의 임기말 공공기관 인사 등 실무 협의 과정에서 거리를 좁히지 못한 것이 회동 무산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청와대는 '소위 알박기' 비판이 나오는 공공기관 인사와 관련해 “5월 9일까지는 문재인 정부”라며 당선인 측의 “협의해야 한다”는 발언에 강한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당선인의 민정수석실 폐지와 관련해선 “현 정부에서 하지 않았던 일을 들어서 민정수석실 폐지의 근거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또 사면 등 의제가 미리 널리 알려진 상황에서 대통령과 당선인이 만난다면, 어떻게든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 정도에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회동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번 주말 현판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하는 가운데 대통령과 당선인이 갈등을 겪는 모습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는 시각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회동 취소 후에도) 당선인측과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