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간 망 이용대가 소송이 2차전에 돌입했다. 글로벌 통신사에 이어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넷플릭스 등 빅테크 기업의 망 투자 분담을 요구하는 가운데 열리는 소송이어서 해외에서도 주목할 것으로 예상된다.
2심에선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 거부 논리로 제시한 빌앤드킵(상호무정산) 원리의 정당성과 타당성을 둘러싸고 공방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소송 결과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유사 갈등 해결의 벤치마킹 사례가 될 게 분명하다.
법원의 판결 결과와 관계없이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 넷플릭스와 달리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미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와 디즈니플러스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만 지불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 넷플릭스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프랑스에선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이뿐만만 아니다. 넷플릭스는 우리나라 콘텐츠로, 국내외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책임은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 수혜자 부담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 처신이다. 한국 시장과 국민에 대한 존중 차원에서라도 글로벌 기업의 책무를 다하는 게 마땅하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뿐만 아니라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와 협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넷플릭스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하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 망 이용대가 지불 요구가 쏟아질 게 불을 보듯 빤하다. 소송만이 능사가 아니다. 현재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미래에 가래로도 막지 못할 일을 자처하는 건 아닌지 숙고해야 한다. 넷플릭스의 현명한 판단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