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활 속 태양전지는 어디에 있을까. 아마 전자계산기에 달린 태양전지를 처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계산기를 사용하려고 서랍에서 처음 꺼낼 때 작동이 잘 안 되다가 방안에서 빛이 들어오는 쪽으로 태양전지를 비추면 몇 초 안에 계산기가 작동된다. 이렇게 태양전지는 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시켜주는 장치로, 우리 생활에 가까이 있다.
태양전지는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삶 속에 더욱 깊숙이 들어올 예정이다. 기후변화, 에너지 위기, 화석연료 고갈 등의 문제로 태양전지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 에너지는 지구상에서 제공되는 에너지 자원 중에서 가장 풍부해 오래전부터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아왔다. 태양전지는 공해가 없고 유지보수 비용이 거의 들지 않은 장점이 있어 이미 전 세계 여러 연구기관에서 여러 형태의 태양전지를 활발히 개발해왔다.
태양전지는 만들어지는 소재에 따라 실리콘 태양전지, 유기 태양전지, 무기 태양전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종류에 따라 각각 장단점이 각기 다르며, 최근에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차세대 태양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부도체·반도체·도체의 성질과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특별한 구조의 물질이다. 발견자인 러시아 과학자 페로브스키를 기념해 '페로브스카이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물질을 활용한 태양전지는 효율이 높으면서도 저가의 용액공정이 가능한 장점이 있어 2012년부터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돼 왔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지난 10년간 단위소자 면적(~0.1㎠)에서 이미 기존의 무기 박막 태양전지 광전변환 효율을 뛰어넘었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실리콘 태양전지 효율도 따라잡고 있다. 효율 외에 제조공정에서의 장점도 있다. 특히 저온에서 용액공정으로 만들 수 있어서 간단하고 편리하며, 상용화 시 저렴하게 전지를 생산할 수 있다.
국내 유일 화학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화학연구원에서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 최고 효율을 7번 갱신했으며 작년에는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 표지논문에 게재되는 쾌거를 이뤘다. 화학연 외에도 국내 여러 기관에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가 진행 중이며, 한국의 페로브스카이트 연구 역량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는 실정이다. 단가 최소화, 고효율 최적화와 더불어 장기 안정성, 대면적 모듈화, 친환경 소자화와 탠덤화 기술에 대한 최적화 및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안정성 및 내구성 이슈들이 있다. 수분, 빛, 열 등의 외부 요인이 안정성 및 내구성을 저해하며, 열화가 일어나기 쉬운 내부적 특징도 갖고 있다. 대면적 모듈화를 위해서는 대면적에서 균일한 성능을 내는 박막 제조공정 개발도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유해 물질을 대체하거나 줄일 방법들도 찾아야 한다. 이미 태양광 시장의 대부분은 현재 실리콘 태양전지가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실리콘-페로브스카이트 탠덤 태양전지가 주요 비즈니스 모델로 지목이 되면서, 탠덤화 기술개발이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필자도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태양전지를 위한 반투명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기술에 중요한 버퍼 층 및 투명전극 관련 연구를 하고 있으며, 안정성을 위한 층간 소재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보고서에 따르면 화석연료로는 50년을 버티기가 힘들다고 한다. 또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국내 순 배출량을 0으로 줄이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신재생 에너지 연구개발(R&D)이 시급하다. 차세대 태양전지로 주목받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그 해답지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차세대 신재생 에너지로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R&D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지속적 지원, 산학연을 뛰어넘는 협력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국가적 노력과 지원이 뒷받침될 때, 태양전지는 전자계산기를 넘어 자동차, 건물 등 우리 생활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숨 쉴 수 있을 것이다.
박혜진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소재연구본부 선임연구원 hhpark@kric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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