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우주국(ESA)가 러시아 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와 함께 추진해 온 화성 탐사 미션 ‘엑소마스(ExoMars)’를 공식적으로 중단하겠다고 17일(현지 시간) 밝혔다.
프랑스 파리에서 이틀간 열린 이사회에서 ESA 회원국들은 9월 예정된 화성 탐사를 이어갈 수 없다고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러시아와 공동 임무를 이어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요제프 아슈바허 ESA 사무총장은 이날 “전쟁에 따른 비극적인 결과와 인명 피해를 개탄한다”며 “우주 탐사에 미치는 영향을 인정하지만, ESA는 회원국들이 러시아에 가한 제재와 같은 의견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선택지를 신속하게 연구할 계획이지만 최소 2024년 발사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ESA 회원국은 △오스트리아 △벨기에 △체코 △덴마크 △에스토니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그리스 △헝가리 △아일랜드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투갈 △루마니아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영국으로 총 22개국이다.

러시아는 자체적으로 탐사를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드미트리 로고진 로스코스모스 국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수천명의 과학자들이 모여 작업한 결과물이 유럽 관료들의 서명이 담긴 한 장의 종이로 무산됐다”며 “안타깝지만, 우리는 몇 년을 손해봤다 하더라도 독자적으로 탐사 임무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SA는 엑소마스 일환으로 러시아 로켓에 화성 탐사용 신형 로버 ‘로절린드 프랭클린(Rosalind Franklin)’을 싣고 오는 9월 우주로 쏘아 올릴 계획이었다. 이를 위한 낙하산 테스트도 모두 완료했으나 이번 중단으로 인해 다시 한 번 미뤄지게 됐다. 당초 로버는 2020년 발사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한 번 연기됐다.
조립이 완료된 로절린드 프랭클린은 영국이 탐사 시까지 보관할 계획이다. 또한 미션을 함께할 또 다른 파트너를 물색할 예정이라고 ESA는 전했다.
이 외에 미션이 2년 이상 중단되는 이유는 지구와 화성간 거리에 있다. 두 행성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기 때문에 거리가 가변적이다. 가장 짧은 거리는 약 5500만km로 약 26개월마다 돌아오기 때문에 한번 놓치면 다음 시기를 기다려야 한다. 최대 약 4억km까지 멀어지기도 한다.
로절린드 프랭클린은 DNA 구조를 공동발견한 영국 생물학자의 이름을 따 지어졌다. 현재 화성에서 활발히 탐사하고 있는 미국의 ‘퍼서비어런스’나 중국의 ‘주룽’처럼 자동 탐사하는 장비다. 주임무는 화성에서 생명체 흔적을 찾는 것이다.

또 다른 엑소마스의 일환인 가스 추적 궤도선(TGO)은 이미 2016년 발사돼 화성 궤도에서 활동 중이다. 화성 대기에 1% 미만으로 존재하는 미량의 메탄을 탐지하기 위해 보내졌다. 유기체들이 소화활동을 통해 방출하는 것이 메탄이기 때문에 화성 궤도에서 로절린드 프랭클린과 같은 목표로 운영된다.
한편, 2016년 당시 TGO와 함께 화성으로 날아간 착륙선 스키아파렐리는 TGO에서 분리된 뒤 속도를 늦추는 낙하산과 역추진 로켓의 오작동으로 상공 2~3km에서 시속 300km로 곤두박질쳤다. 유럽은 2003년 착륙선 '비글 2'에 이어 두 번째로 화성 착륙에 실패한 것으로 기록됐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